[사설] ‘인생은 아름다워’와 방송의 품위
입력 2010-10-25 17:45
동성애를 다루는 드라마의 스캔들이 계속되고 있다. SBS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 이야기다. 지난 5월에는 남자 동성애자 간의 키스 장면을 내보내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언약식 장면의 편집행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사가 지상파라는 점, 극본을 쓴 김수현씨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임을 감안하면 불미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장면은 동성애 커플의 언약식이다. 드라마 제작진은 최근 제주도의 한 성당에서 극중 동성애 커플인 태섭과 경수가 언약식을 치르는 장면의 촬영을 진행하다가 성당 측이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중도에 철수했고, 이후 내부논의를 거쳐 언약식 장면을 들어낸 채 23일 방영했다. 책임 있는 방송으로서 정당한 편집권을 행사한 것이다. 시청률은 20%를 넘었다.
그러나 작가 김수현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방송 전에 “기어이 잘라내라는 방송사의 요구에 이어 잘라낸다는 통고? 원본 그대로의 그 장면 대본 올립니다”라며 삭제된 장면의 대본을 그대로 올렸다. 원본 내용은 두 남자가 성당에 들어가 “우리 죽는 날까지 영원케 하소서”라는 대사를 나누며 서로 포옹하는 장면이다. 김씨는 방송이 끝난 후에는 “그냥 더러운 젖은 걸레로 얼굴 닦인 기분”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씨의 ‘걸레’ 발언은 시청자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걸레질을 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대본만이 진리라고 우기면서 전파를 사유화하려는 것은 양식 있는 작가의 태도가 아니다. 다원화된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 드라마가 기획됐다면 더욱 그렇다.
문제의 드라마는 이전에도 동성애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미화하고 조장한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오히려 제작진의 용기와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방송에서 다루는 주제가 다른 가치와 부딪칠 때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은 문명국가의 상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