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조용래] 1차 베이비부머를 고령사회 모델로

입력 2010-10-25 17:58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다. 지금까지 가장 빠르다는 일본을 능가한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비율인 고령화율이 1970년 7%를, 1994년과 2005년에 각각 14%, 20%를 넘어섰다. 한국은 2000년 7%를 넘었고 2018년이면 14%를 돌파할 전망이다.

7%에서 14%에 이르는 데 일본은 24년, 한국은 전망치이지만 18년이다. 한국은 너무 빠르다. 그런데 2년 전 도쿄 체류 중 고령사회를 테마로 자주 의견을 나눴던 세이케 아츠시(淸家篤) 게이오대학 교수(현 총장)는 한국은 그리 걱정할 게 아니라는 덕담을 했다.

그 근거로 그는 세 가지를 들었다. 우선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대단히 빠르지만 아직 고령화율 자체는 20%를 넘어선 일본에 비하면 10% 전후로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대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고령화는 경제성장의 훈장

둘째로 한국 사회가 상당히 일찍부터 고령화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에서 고령화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것은 고령화율이 14%에 이르던 90년대 중반이었는데 한국은 7%를 돌파하면서부터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그만큼 해법 찾기도 쉬우리란 얘기다.

셋째로 그는 세계 최고의 고령화율 국가 일본의 존재를 꼽았다. 20∼30년 먼저 고령화사회, 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정책대응은 이웃나라 한국으로서는 때론 반면교사로서, 때론 문제 해법의 의미 있는 실마리로서 구체적인 간접 경험일 수 있으리라고 했다.

그럴싸했다. 특히 한·일 양국의 문화적, 법·제도적인 유사성을 감안하면 세 번째 근거는 탁월하다. 저출산 대책, 연금개혁 및 정년연장 방안 등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일본에서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고 나름 해법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책대응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가 필요한 까닭이다. 그들의 대응이 옳든 그르든 우리 사회로의 적용가능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더불어 고령화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의 지나친 비관론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사실 고령화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걱정거리 투성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동력이 감소하면 성장이 위축되고 여러 사회보장제도에 과부하가 걸려 재정 악화를 낳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기업들도 수요 감소로 인한 시장 위축을 우려하고 개인들 역시 노후 걱정이 태산이다.

마치 고령화가 인구변동의 저주나 되는 것처럼 호들갑이다. 하지만 고령화는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의 훈장과도 같다. 평균수명의 증가는 우리가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의료복지체계의 구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늘날 후진국들의 평균수명이 낮은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고령사회 대응은 고령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맞다. 일찍부터 이 문제를 고민해오고 있는 만큼 해법 마련도 시간문제다. 이를 위해 712만명에 이르는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을 한국형 고령사회의 모델로 삼았으면 한다.

행복한 노년, 시간관리가 관건

우리 사회의 정년이 대략 55세이고 보면 55∼63생의 정년은 올해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다. 앞으로도 길게는 30여년을 더 살아야 한다. 개인적으론 노후 불안이요, 국가적으로도 부양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해법은 있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정년 연장과 같은 제도적 개선과 55∼63생 스스로의 시간관리 노력이다. 노후의 시간관리란 고령자들이 흔히 겪게 되는 수많은 리스크를 미리 막자는 노력이다. 직업인생을 늘려가기 위한 훈련 등 자기계발은 물론 발병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강유지가 여기에 속한다.

제도적 접근은 정년연장 외에도 적지 않을 것이지만 55∼63생들의 적극적인 시간관리는 한국형 고령사회 모델 구축에 큰 힘이 될 터다. 적어도 2020년까지는 구체적인 성과를 봤으면 좋겠다.

조용래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