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욕망의 불꽃’ 막장드라마 논란 재점화… 불륜·살인·강간 등 자극적 소재로 관심끌기
입력 2010-10-25 17:55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오후 9시45분)이 등장인물들의 추악한 과거와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면서, ‘통속극’과 ‘막장극’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일단 드라마는 불륜, 강간,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와 주연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시청자를 모으고 있다. 지난 2일 첫 방송될 때 시청률 13.1%(AGB닐슨 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한 이 드라마는 8회만에 17%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 하지만 앞으로 극단적인 설정들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야 ‘막장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욕망의 불꽃’은 대서양 그룹 김태진(이순재 분) 회장 일가의 이야기다. 이들의 가족사는 불륜과 강간으로 점철돼 있다. 이런 추악한 과거는 드라마에서 점진적으로 드러나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요소가 된다.
초반 화제를 모은 이야기는 부를 위해 이 그룹의 셋째 아들 김영민(조민기 분)과 결혼을 한 윤나영(신은경 분)의 과거다. 나영은 결혼 전 박덕성(이세창 분)과 사귀면서 백인기(서우 분)를 낳고 영민에게 이를 숨겼다. 또 착하고 순해보였던 영민도 실은 내연녀 양인숙(엄수정 분)을 사귄 상태였다. 인기를 낳은 뒤 아기를 가질 수 없던 나영은 영민과 인숙 사이에 생긴 아들 김민재(유승호 분)를 오히려 자신이 낳은 아이인 것처럼 데려다 키우기 시작한다. 최근 7∼8회에서는 둘째 며느리 남애리(성현아 분)가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영의 전 남자친구였던 덕성과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드라마의 등장 인물들은 낙태, 살인, 강간도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 초반, 나영은 영민과 결혼하기 위해 인기를 낙태하려고 했으며, 영민의 내연녀를 차로 치어 죽이려고 했다. 또 영민이 합방을 허락하지 않는 부인을 겁탈하려는 모습이나, 사람들에게 손가락 욕을 하는 인기의 모습도 버젓이 방영됐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이야기들은 ‘통속극’이라는 범주 안에서는 갈등을 유발하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등장인물들의 범법 행위들을 윤리적인 잣대로 보기보다는 극의 한 소재로 이해해야 한다. 특히 드라마의 자극적 행위들은 극한에 이른 욕망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드라마가 ‘본격 통속극’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극단적인 설정들을 설득력 있게 그려서 줄거리를 극적으로 만드는 요소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욕망의 불꽃은 80년대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재벌가의 권력암투를 그리고 있다. 때문에 각 구성원들의 추악한 행동들이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비록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설정들이지만, 드라마 안에서 짜임새 있게 배치된다면 시청자의 몰입을 돕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