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차 ‘급소’ 찌르다
입력 2010-10-25 00:44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그룹이 현대·기아차를 겨냥한 신문광고를 잇따라 게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시세차익’이나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몰아붙이는 등 공세의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5일자 주요 종합일간신문과 경제신문 1면 하단에는 일제히 현대그룹 광고가 실렸다. 광고는 현대그룹을 상징하는 녹색 바탕에 간단한 광고문안 세 문장을 담았다. “현대그룹은…비상장기업과 합병하지 않겠습니다. 시세차익을 노리지 않겠습니다.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습니다”란 내용이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게재한 신문광고는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광고 문구는 현대기아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시세차익을 거두거나 경영권을 승계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내용이다.
이번 광고 문안에는 금속노조 등 현대·기아차의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속노조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차그룹의 계열 건설사인)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또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엠코와 합병하면) 현대엠코는 졸지에 500%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고 현대엠코 주식 대부분을 소유한 정몽구 일가는 ‘앉아서 돈벼락 맞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엠코의 대주주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광고의 의미에 대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간곡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 달라”며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지난 18일자 광고에서 현대·기아차를 겨냥해 “현대건설을 인수할 의지도, 여력도 없다”는 광고를 게재했으며 앞서 4일자 광고에서는 “세계 1위의 자동차기업을 기대합니다”라며 현대·기아차가 건설업에 손대지 말고 자동차 사업에나 전념하라는 뉘앙스로 공격했다.
한편 현대건설 채권단은 다음달 12쯤 본입찰을 실시한 뒤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