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한국이 핵 개발 의심 국가?
입력 2010-10-24 18:58
미국의 일부 핵 전문가들은 한국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다.
한국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 그런 시도가 있었고, 이후에도 그런 가능성이 제기된 적이 있었다. 한국 정치권이나 과학계에서 공공연히 핵주권이나 나아가 핵무장까지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올해 초 미 의회조사국(CRS)은 보고서를 통해 원전 가동에서부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에너지 확보 등 한국의 핵주기 완성 주장에 상당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2000년 일부 과학자들이 대덕 단지에서 극히 소량의 우라늄 농축 실험을 했던 사실이 밝혀져 유엔 안보리에 회부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런 정황이 있었던 탓에 한국은 비공식적으로 ‘현재 핵무기를 갖고 있지는 않으나 핵개발 능력을 지닌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2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동북아 에너지 안보’ 세미나에서 한국이 추진 중인 ‘파이로프로세싱’ 허용에 대해 미 전문가들은 일제히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 핵연료를 다시 가공해 핵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핵재처리 기법이다. 한국은 2016년이면 핵폐기물 저장시설이 한계에 달한다. 미 전문가들의 주장은 북한 핵이 해결되지 않았고, 전 세계가 핵 비확산으로 가는 추세에서 한국의 파이로프로세싱 도입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핵개발과 관련해 한국을 항상 ‘주시’하고 있는 미국 내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이 25일부터 시작된다. 2014년 효력이 끝나는 이 협정은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관련 활동과 제3국으로의 재이전 등에 대한 미국의 사전 동의 등을 규정해놓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의 사전 동의가 없으면 원자력 활동을 거의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 1∼2년 걸릴 한·미 간 협상에서 우리가 국익을 위해 확보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줘야 한다.
어설프고 감성적인 핵주권을 주장하기보다 내용 있는 ‘원전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