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강력범 가중처벌 대신 보안처분… 법무부, 형법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
입력 2010-10-24 22:25
살인 등 강력범죄를 여러 차례 저지른 경우 형 집행을 마친 후 추가로 일정기간 보호시설에 수용되거나 당국의 감시를 받는 보안처분이 내려진다. 법관이 선고 형량을 줄일 수 있는 요건이 지정돼 자의적 감형이 엄격히 제한되고, 형벌 종류도 대폭 간소화된다.
법무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면 2년의 경과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형법 총칙 부분을 대폭 손질한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강력범죄자에게 적용됐던 상습범 및 누범 가중처벌 규정이 없어지고 보호수용, 보호관찰, 치료수용 등 각종 보안처분이 내려진다. 보호수용의 경우 방화와 살인, 약취·유인, 성폭력,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자에게 부과된다. 보호수용 처분을 받더라도 징역형 종료 6개월 전에 집행이 필요한지 심사해 유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이중처벌 및 위헌 논란 끝에 폐지됐던 보호감호제를 사실상 재도입하는 것이어서 국회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실제로 잘 선고되지 않는 형벌인 금고와 자격정지 등이 없어져 형벌의 종류는 사형, 징역, 벌금, 구류 4가지만 남게 된다. 현행 형법에서 형벌의 종류는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 9개다. 몰수는 보안처분의 성격도 있는 점을 감안해 형벌의 종류에서 빼는 대신 별도의 형사제재 수단으로 보고 따로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법관이 재량으로 선고 형량을 절반까지 줄이는 기존 ‘작량감경’ 조항의 요건을 명확히 해 자의적 판단에 따른 감형 가능성을 낮췄다. 개정안은 ‘정상감경’ 조항을 마련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피고인의 노력에 의해 피해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이 회복된 경우 등에 한해 형을 감경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우리나라 영토 밖이라도 폭발물 사용, 통화·유가증권 위조, 영리를 위한 약취·유인·매매 등의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을 우리 형사사법기관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종전에는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내·외국인, 국외에서 범행한 한국인, 국외에서 대한민국이나 우리 국민을 상대로 범행한 외국인만 처벌할 수 있었다.
농아자의 범죄는 무조건 형을 감경하는 기존의 ‘필요적 감경’ 규정은 삭제됐다. 특수교육 발달에 따라 농아자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사물을 변별하고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충분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혼인빙자간음죄 규정은 삭제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1953년 형법을 만든 이래 여러 번 정비했지만 총칙은 거의 개정하지 않았다”며 “변화된 국민의 법의식과 사회 여건을 감안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