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레이스 ‘짜릿’… 영암 서킷 국제적 인기 상승
입력 2010-10-24 22:23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24일 사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비록 한국인 드라이버가 출전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는 1988년 하계올림픽과 2002년 한·일공동 월드컵에 이어 세계 3대 스포츠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11번째 국가가 됐다.
이날 궂은 날씨에도 8만여명(경찰추산)의 관람객이 몰려 흥행면에서도 ‘대박’이었다. F1 신생대회의 결승전 관람객이 평균 5만명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전남 목포지역이 ‘F1 특수’를 누리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회 전부터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와 음식점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히로시 미조하타 일본 관광청 장관이 대회 성공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냈을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와 예선전 2위를 차지했던 마크 웨버(호주)와 F1 황제 미하엘 슈마허(독일), 루이스 해밀턴(영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총 출동한 점이 흥행 성공의 요인이다. 이들은 5.621㎞의 서킷(경주용 트랙)을 55바퀴, 모두 309.155㎞를 질주하며 기량을 겨뤘다.
이번 대회는 비가 승부를 갈랐다. 알론소가 우승 소감에서 “지금까지 달려본 레이스 가운데 최악”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날 오후 3시 시작할 예정이었던 결승전 경기는 비 때문에 출발 이후 3바퀴를 돌고 나서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은 오후 4시5분에 재개된 레이스에서 웨버가 13번째 코너에서 미끄러지면서 방호벽을 들이받고 탈락하는 등 여러 선수들이 빗길에 고배를 마셨다. 제바스티안 페텔이 엔진 고장으로 레이스를 포기하면서 결국 알론소가 1위로 한국대회 첫 챔피언이 됐다. 알론소는 승점 25점을 획득, 윌드 챔피언십 종합 1위로 올라섰다.
◇영암 경주장 인기 급상승=F1 코리아 그랑프리 취재를 위해 전남 영암 서킷을 찾은 F1 기자회견장의 메인 앵커이자 유명한 F1 프리랜서 기자인 밥 콘스탄두로스씨는 “갓 완공된 영암 서킷의 첫 인상이 굉장히 좋고 마음에 든다”며 “한국의 내년 경기가 더욱 기대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암 경기장은 벌써부터 각종 자동차 경주대회 장소로 인기를 끌면서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
F1 대회조직위는 국내 유일의 ‘그레이드 A’ 자동차 경주장에서 레이싱을 즐기기를 갈망하는 국내 레이서들의 문의가 잇따르면서 오는 12월까지 각종 모터스포츠대회 예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2010 모터스포츠 그랜드 페스티벌’이 오는 11월 6일부터 7일까지 열리고, 현대자동차는 다음달 13∼14일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참가하는 ‘현대스피드페스티벌’ 개최를 검토 중이다.
경주차(2000㏄급 4기통 엔진) 성능을 제한해 제조기술보다는 드라이버의 능력에 비중을 둔 F3 대회도 오는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열릴 예정이다.
◇교통 대책 소홀 등은 문제=F1 코리아 그랑프리는 대회장 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주차장 부족 및 운영 미숙 등으로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전남도와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는 준비 소홀로 국제적 망신을 샀다는 비난의 글이 쇄도했다. 네티즌 jake6248은 “공사 미비와 운영요원의 통제미숙으로 계단이 무너지면서 20대 여성이 자칫 추락사할 뻔했고, 의자 설치공사도 마무리되지 않아 구조물에 어린이가 넘어져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경주장 출입구 곳곳에서는 관람객과 진행요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첫 F1대회의 흥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한 F1대회 조직위가 자유이용권 2만장을 배부했다가 대회주관사인 KAVO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유료입장권을 가진 관람객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면서 다시 취소하는 등 오락가락 행정을 하는 바람에 무료 이용권을 갖고 장시간 기다린 관람객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교통대책도 미흡했다. 주차장은 공간이 부족한 데다 경주장 안팎을 오가는 순환버스도 턱없이 부족해 관람객들은 곳곳에서 보통 1∼2시간씩 기다리는 불편을 겪었다.
영암=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