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경주회의 환율 타협] ‘경상수지’案은 한국작품… 반대하는 中·獨 설득해 막판 찬성 끌어내

입력 2010-10-24 18:51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환율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된 데는 우리 협상단의 끈질긴 설득과 조율작업이 큰 몫을 했다. 다음달 서울 정상회의가 환율 전쟁터로 변질될 우려가 짙어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9월 초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를 내린 이후부터였다.

환율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 정부는 해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큰 틀에서 경상수지 수치에 바탕을 둔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이 그것이었다. 이후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등 미국과 중국, 국제통화기금(IMF) 측과 끊임없는 물밑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매우 흥미있는(Very interesting)’, ‘좋은 아이디어(Good idea)’란 답일 뿐 ‘OK’는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미국과 중국은 파국을 막기 위한 별도 접촉을 가졌다.

경주회의 첫날인 지난 22일 오후에도 환율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각국의 입장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공개 회의가 시작되자 곧바로 “경상수지 불균형을 국내총생산(GDP)의 특정 비율(4%) 이하로 줄이자”는 얘기를 꺼냈다. 일각에선 이 안을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G20에 보낸 편지에서 처음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한국 실무진이 지난 1개월 남짓 각국을 설득하기 위해 만든 중재안의 핵심이었다.

일단 ‘4%’란 숫자가 나오자 회의장에선 고성이 오갔다. 이에 각국의 첨예한 입장만 확인한 채 2시간가량 진행된 ‘세션 1’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이 났다. 만찬과 함께 이뤄진 국가간 토론에서도 중국이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등 진전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환율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했던 23일, 극적으로 코뮈니케(공동성명서) 문구 작업을 다시하게 됐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환율로 인해 퇴색되지 않아야 된다는 우리나라의 끝없는 중재로 막판까지 반대하던 중국과 독일 등의 찬성 입장을 이끌어낸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회의 전부터 진행했던 실무진의 사전 조율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원한 100%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다. 환율을 직접 언급하는 것보다 국가들의 부담을 줄이는 ‘경상수지 관리’란 표현을 담아 정책의 다양성을 끌어내는 대신 ‘4%’란 구체적 수치는 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주=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