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경주회의 환율 타협] BRICs 등 신흥국 약진… 세계 경제 권력구조 바뀐다

입력 2010-10-25 00:41


주요 20개국(G20)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국제통화기금(IMF) 지분(쿼터)’ 합의다. 1945년 IMF 창설 이후 최대 지배구조 변화라는 평이다. 지분 순위 3위로 올라간 중국 등 신흥국의 발언권이 크게 강화됨에 따라 미국 일본 유럽 등 서방 일변도의 세계경제 권력 지도에 신흥국이 주요한 축으로 공식 등장하게 됐다.

◇IMF 개혁안 내용은=23일 회의 직후 발표된 코뮈니케(공동성명서)에는 “IMF 쿼터 및 거버넌스 개혁의 원대한 제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2012년 IMF 연차 총회까지 신흥개도국에 선진국의 쿼터 6% 포인트 이상을 이전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해 9월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5% 포인트 이상’보다 늘어난 수치다. 현재 IMF 지분은 미국이 가장 많은 17.67%를 갖고 있고 이어 일본(6.56%), 독일(6.11%) 순이다.

이번 합의로 우리나라의 지분율은 기존 18위(1.41%)에서 16위(1.80%)로 두 계단 상승하게 됐다. 또 중국이 6위(4.00%)에서 3위(6.19%)로 올라서는 등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가 모두 10위권 내에 자리를 잡았다. 브라질은 14위에서 10위로 진입하면서 캐나다와 일부 유럽권 국가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미국과 일본은 1, 2위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또 24석의 IMF 이사회에서 유럽 회원국(9석)의 몫 가운데 2석을 신흥국에 양보하게 된다. 아울러 지금까지 5개 선진국의 경우 해당국 정부에서 임명만 하면 바로 IMF 이사가 되던 방식을 버리고 앞으로는 24명 이사 전원을 이사회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또한 앞으로 8년마다 이사회 구성을 재검토하기로 합의했다. 뿐만 아니라 상임이사 아래에 대리이사를 1명만 두던 제도를 재검토해 추가로 대리이사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어떤 의미 갖나=IMF 개혁은 지난 9월 워싱턴 IMF·세계은행(WB) 총회에서 각국이 격론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사안이었다. IMF 내 영향력 대주주인 유럽이 자신의 영향력 축소와 중국의 위상 강화에 완강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주회의에서는 환율 문제와 함께 IMF 지분 개혁이 연계되고, 여기에 한국의 중재 노력도 더해지면서 다소 모호한 표현들로 메워진 코뮈니케의 다른 의제들과 달리 가장 명쾌한 결론을 내놨다.

획기적인 개혁안은 선진국들이 브라질, 중국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의 중요성을 인정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회의 첫날인 22일 만찬 전후 선진 7개국(G7)이 신흥국들을 배제한 채 따로 두 차례 회동을 열기도 했다. 여기서 유럽국가들은 쿼터와 이사 자리를 내놓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신흥국의 목소리는 국제 금융사회에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일제히 “G20 회의의 최대 수혜국은 신흥국”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IMF 내 중국과 다른 신흥국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분쟁의 새로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주=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