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실·인권침해 등으로 5년간 106건에 44억원 배상
입력 2010-10-25 00:39
2005년 9월 경북 상주시. 40대 남성이 술에 취해 과도를 들고 행패를 부리자 경찰관 4명이 출동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23%의 만취 상태인 이 남성은 건물 1층 옥상에 홀로 쪼그려 앉아 있었다. 경찰이 곤봉을 휘둘러 손에 있던 과도를 내리치려 했지만 빗나갔다. 대치 3분여. 경찰은 60여㎝ 떨어져 있던 남성을 향해 공포탄 1발과 실탄 1발을 발사했다. 등에 총탄을 맞은 남성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경찰의 과잉 대응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해 총 8567만원을 받았다.
서울 은평구에서 홀로 살던 70대 할머니는 2007년 7월 다세대주택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을 털렸다. 현금과 금반지 등 230여만원 상당의 절도 피해를 입었다. 서부경찰서는 용의자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담배꽁초를 수거해 갔으나 이 증거물을 분실했다. 경찰은 수사를 재촉하는 할머니에게 다른 담배꽁초를 보여줬다. 할머니는 결국 소송을 통해 수사 부실로 인한 위자료 50만원을 배상받았다.
경찰이 2006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제기된 국가 소송 가운데 수사과정 과실과 인권침해, 행정 착오 등의 잘못으로 일반인에게 물어준 배상 건수와 액수는 총 106건 44억3513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이윤석 의원에게 제출한 국가 소송 목록을 바탕으로 국민일보 취재팀이 판결문 전체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영장 없는 압수수색 등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직접적 인권침해로 배상이 결정된 경우는 18건 1억5855만원이었다. 수사과정의 과실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손해가 발생한 케이스는 21건 4억1413만원이었다. 단순 행정처리 잘못으로 손해를 끼친 경우도 14건 22억3741만원이나 됐다. 보험사가 청구한 교통사고 구상권과 전의경 사고에 따른 경찰 관리 책임을 묻는 소송도 국비 지출을 초래했다.
특별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