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특혜대출 의혹… 1조3000억 대출과정 은행·정치권 ‘비호’ 여부 추적
입력 2010-10-25 00:42
C&그룹 임병석 회장을 구속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칼날은 금융권 대출 과정에 맞춰지고 있다. C&그룹이 사세 확장을 위해 금융계와 정·관계를 막론하고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핵심 의혹 규명을 위한 1차 관문이다. 임 회장을 구속한 근거인 사기 등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풀어야 할 문제다.
C&그룹은 2002~2006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에서 1조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았다. 2008년 10월 말 현재 C&그룹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같은 제2 금융권에서 받은 담보·신용 대출 규모는 1조3052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이 2274억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 1586억원, 외환은행 441억원, 신한은행 439억원 순이다. 집계 당시 C&그룹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설에 휩싸였었다. 은행들은 담보가 충분해 대출금 회수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룹 핵심 계열사인 C&중공업과 C&우방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대출금 절반 이상이 회수불능 상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C&그룹이 계열사 간 상호보증으로 적자 계열사를 우량기업으로 포장해 은행을 속이는 방식으로 거액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C&그룹은 임 회장이 지분 55.3%를 보유한 C&해운을 정점으로 계열사들이 복잡한 지분관계로 얽힌 순환지배구조를 띠고 있다. 이를 이용해 대주주를 지원한다는 명목 등으로 주요 계열사들이 서로 채무보증을 서 악화된 재무상태를 숨겼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C&해운은 지난해 말 현재 그룹 내 계열사를 위해 자산(1976억원)의 배가 넘는 4467억원의 채무보증을 섰다. C&우방도 자산(1530억원)의 배 이상인 3714억원의 채무보증을 섰다.
임 회장이 2004년 건설업체 우방(현 C&우방)을 인수할 때 편법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있다. C&우방 관계자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우방은 2200억원의 자산과 미수금이 있었는데 임 회장이 우방 재산을 담보로 회사채를 발행해 인수자금을 조달했다”며 “실제로 직접 쓴 돈은 70억원에 불과하다는 소문도 퍼졌다”고 말했다. 검찰은 임 회장이 2006년 효성금속 인수 때도 효성금속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사용하는 수법을 동원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C&그룹이 거액의 자금을 조달받고, 이후 계열사들이 서로 자산을 훨씬 초과하는 채무보증을 섰음에도 금융권 거래가 유지됐다는 것이다. 이는 임 회장 등 그룹 임직원의 로비를 바탕으로 거래 은행이나 정치권의 노골적인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 회장은 남의 돈으로 회사를 인수하고, 그곳에서 돈을 빼돌리고, 고의로 상장폐지시키는 전형적인 기업 사냥꾼 행태를 보였다”며 “일단 수사는 임 회장 개인 비리 및 금융권 특혜대출 의혹을 밝히는 데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