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수사 어디로… 檢 “비자금 먼저” 로비 수사엔 신중

입력 2010-10-24 18:37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24일 태광그룹 본사와 이호진(48)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재무회계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한편 참고인 소환조사 일정 등을 조율했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분석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비자금 수사가 우선=정치권에선 이미 태광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의 몸통이 누구인지를 두고 뜨거운 공방전이 벌어졌지만 검찰은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비자금 의혹 수사에 주력할 뿐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선 언급 자체를 삼가고 있다. 오너인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 관련 불법행위를 규명하는 데도 상당한 수사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에 휩쓸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은 구체적인 단서가 확보되고 1차 비자금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착수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화된다면 그 시점은 이 회장 소환조사가 이뤄진 뒤일 가능성이 크다.

◇정·관계 로비 수사 확대 가능할까=정·관계 로비설은 태광그룹이 방송·금융 사업 확장 과정에서 당국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심에서 비롯된다. 계열사인 티브로드와 태광산업은 지난해와 2006년 각각 큐릭스와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감독당국을 상대로 로비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로비설의 ‘몸통’으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의 실명도 거론된다. 검찰은 그러나 이 부분 의혹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검찰이 구체적인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 측근으로 있다가 그룹에서 축출된 인물들의 구체적인 폭로성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지난 21일 진헌진(47) 전 흥국생명 사장을 소환해 조사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진 전 사장은 이 회장의 고교·대학 동창으로 방송사업 확장 과정에서 이 회장을 보좌했으나 지난해 7월 갑자기 물러났다. 퇴사 과정에서 진씨는 이 회장과 충돌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물려받을 위치에 있었던 이 회장 형인 고(故) 이식진 태광산업 전 부회장의 아들 원준(32)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훈 최승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