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이슈 줄줄이… 戰雲 자욱한 후반기 ‘예산 국회’

입력 2010-10-24 18:05

국정감사가 큰 마찰 없이 끝났고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집시법 개정안 처리는 여야 합의로 미뤄졌다. 정기국회 전반기가 무난하게 정리된 셈이다. 하지만 새해 예산안과 쟁점 법안 심의가 걸려 있는 후반기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4대강 예산을 놓고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26일부터 시작되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대정부 질문에서부터 충돌이 예상된다. 예산안 처리 외에도 개헌 논의와 검찰의 사정 등 정치권을 뒤흔들어 놓을 만한 사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24일 “4대강 예산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을 최대한 법정기한 내에 처리한다는 게 원내 지도부의 확고한 방침”이라며 “집시법 개정을 유보하고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 법안을 분리 처리키로 한 것은 이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몸싸움까지 했음에도 집시법 개정안 처리를 야당의 주장대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로 미룬 것은 향후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쌓기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그만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한나라당이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전체 4대강 예산 22조2000억원 중 8조6000억원을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 등 민생예산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며 국민투표까지 거론하고 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 특위를 구성할 생각이 없다면 국민투표라는 절차적 과정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미세조정 외 4대강 사업의 재검토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절충 가능성이 높지 않은 셈이다. 극심한 대립 속에 처리시한을 넘어 연말까지 진통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개헌 문제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여야의 대립은 물론 여야 각자 내부의 이견 조율이 쉽지 않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G20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현행)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에만 충실해도 권력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며 개헌 논의에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한나라당 내에선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여전하고, 민주당 내에선 박지원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개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 역시 존재하고 있어 당내 논란이 될 가능성도 감지된다.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정치권까지 파장을 미칠 것인지 여부도 관심이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을 겨냥한 수사는 없다고 확신한다”며 “표적 사정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그룹과 태광그룹, C&그룹 등을 겨냥하고 있는 검찰의 사정 칼날이 정·관계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검찰의 칼끝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전·현 정권 책임론 공방이 치열해질 확률이 농후하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