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경주회의 환율 타협] 원화 강세 당분간 지속… 상승폭은 적을 듯

입력 2010-10-24 18:46

주요 20개국(G20)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공동선언이 나옴에 따라 국내 외환 및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G20 경주선언은 경상수지 관리 목표를 정하고 ‘시장 결정적인 환율’에 따라 경쟁적인 통화절하 경쟁을 자제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선언은 원화 강세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보다 커졌다. ‘경쟁적인 통화절하(환율인상) 경쟁을 자제한다’는 문구가 사실상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시장 결정적 환율이라는 부분은 정부 개입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지게 된다. 따라서 환율전쟁 후 지속된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24일 “이번 선언으로 위안·달러 환율의 하락(평가절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기 때문에 원화도 동반 강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관리 목표도 궁극적으로 신흥국의 통화절상을 염두에 둔 부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426억7000만 달러(한화 약 51조원)이고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063조원이었다.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5% 수준이어서 한국과 미국이 경주에서 경상수지 목표 안으로 제시한 4% 상한을 넘는다. 이 경우 상한 목표를 맞추려면 환율을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배 연구원은 “지난해가 특수한 상황이었을 뿐 우리나라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평균 2∼3% 수준”이라며 “그래도 경상수지 관리목표가 제시된다는 것 자체가 원화절하를 어렵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선언으로 미국 약달러 정책의 강도가 약해질 것으로 보이고 핫머니 유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용인되는 분위기여서 통화절상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쪽에서는 이번 선언에 대한 반응이 다소 엇갈린다. 우선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한 점에서 주식시장은 무역장벽 강화와 실물경제 침체라는 부담을 떨칠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 활황을 뒷받침했던 글로벌 유동성 상황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한 증시 관계자는 “미국이 환율전쟁 국면에서 달러를 찍어낸 것이 코스피 상승세를 이끈 주요인이었는데 유동성 강도가 약해질 경우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이 꾸준히 계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지금과 같은 채권금리 및 시장금리 하락세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