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집회시위 손해배상 사례… 집회 구경 시민들 마구잡이로 연행·감금

입력 2010-10-24 18:07


대전에 사는 이모(45)씨는 지난해 5월 직장 동료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차를 타고 가다 시위대를 만났다. 화물연대가 주축이 된 시위대는 봄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7000여명가량 모여 고(故) 박종태씨 추모 집회를 열고 6차선 도로를 점거했다. 박씨는 대한통운과 특수고용 관계에 있던 택배 노동자 78명의 해고 철회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다. 인도에서 시위를 구경하던 이씨와 동료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 저녁 9시쯤 자신들의 차를 세워둔 곳으로 이동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이씨 일행은 체포 당시 화물연대 회원들처럼 조끼나 우비를 입지 않았다. 양복이나 평상복 차림이었고 시위도구도 없었다. 그럼에도 진압 경찰은 이들 3명을 마구잡이로 전경버스에 태워 경찰서로 연행한 뒤 다음날 새벽 2시 무렵에야 풀어줬다. 이씨 일행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집회와 무관하다는 원고들의 항변을 무시하고 체포한 뒤 5시간가량 귀가시키지 않으면서 사실상 감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00만원씩 총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국가 측 소송대리인은 “현장에서 구경하는 행위도 시위대의 위력을 가중시키는 데 일조한다” 등의 이유로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며 항소했으나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씨는 변호사 도움 없이 홀로 소장을 작성하고 소송을 진행했다. 경찰이 반성과 함께 항소를 포기하길 기대했지만 상고까지 이어져 지난 5월에야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혼자 힘으로 억울함을 풀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김정현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