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지방] 허각, 파이팅

입력 2010-10-24 17:40

‘슈퍼스타K2(슈스케2)’를 알게 된 것은 트위터 덕분이었다. 언제부턴가 장재인이니 강승윤이니 하는 이름이 자주 거명됐다. 알고 보니 슈스케2의 ‘출전자’들이었다.



그래도 별로 관심은 없었다. 전국을 돌며 노래 잘하는 사람을 심사하고, 그 중 최고 수준의 몇 명을 뽑아 다시 공개방송 형식으로 심사와 인터넷 투표로 승자를 결정하는 TV프로그램. ‘뭐, 전국노래자랑이구만?’ 했다. 혹은 ‘아메리칸 아이돌’.

처음으로 슈스케2를 시청한 것은 야근 때였다. 어디선가 낯익은 노래가 들려왔다. 이문세. 그런데 낯선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신문사 편집국의 수많은 TV 중 3분의1 정도는 슈스케2를 방송하는 Mnet에 채널이 맞춰져 있었다. 출전자들이 이문세의 노래 중 한 곡씩을 부른 특집 때였다.

‘젊은 애들이 이문세를 알아? 그것도 자기 감성으로 편곡해 부른다고?’

호기심으로 보았다가, 이내 빠져들었다. ‘이 노래가 이렇게 좋은 노래였구나.’

솔직히 이문세보다 더 잘했다. 트위터에는 다양한 슈스케2 시청소감이 올라왔다. 자연스레 관심이 이어졌다. 끝내 지난 22일 밤 마지막 최후의 1인이 결정된 순간 나도 트위터에 ‘허각!!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아마도 수천, 수만 개의 축하 글이 동시에 올라왔을 것이다.

슈스케2는 콘텐츠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아마추어 가수지망생, 케이블TV, 트위터라는 미디어 업계의 마이너리티가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공중파라는 거대한 매스미디어를 압도해 버렸다.

특히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첫째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출전자 인상평은 물론 심사위원에 대한 심사평까지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방송 이면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다. 둘째로 ‘어, 너도 슈스케 보니?’라는 소리가 나오게 했다. 개개인이 같은 생각을 품고 있어도 매스 미디어가 거론하지 않으면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침묵의 나선형’을 깨트린 것이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얘기도 있다. 슈스케 출신은 공중파 방송 출연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실 슈스케2를 만든 엠넷도 대중음악계에선 마이너리티가 아니다. 대기업 계열사로 2개의 음악 채널과 기획사 음반사 해외채널까지 갖고 있다. 엠넷도 특정 기획사를 차별한다는 얘기도 있다.

슈스케 출전자들이 보여준 노래를 향한 순수한 열정과는 대조를 이루는, 한심한 이야기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