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 사실상 외국인 천하… 지분 최고 73%

입력 2010-10-24 18:25

국내 주요 은행들이 외국인 주주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장기 투자자인지 재무적 투자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언제든지 지분을 처분하고 떠날 수 있기에 경영진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외국인 주주의 행동에 따라 주가 급락은 물론 지배구조 불안정 등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4대 금융지주회사와 외환은행은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다. KB금융지주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59.95%에 이른다. 최근 프랭클린 리소시스(Franklin Resources Inc.)가 5.05%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ING은행(ING Bank N.V.)은 5.02%로 2대 주주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태마섹이 지분 9.6%를 전량 매각하면서 외국인 지분이 60.88%로 낮아졌다. 최대주주는 골드만삭스로 8.66%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외국인 지분율이 59.47%다. BNP파리바은행이 6.35%로 최대주주이지만 17%가량을 보유한 재일교포 주주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외국인 지분율이 72.92%에 이르러 사실상 외국계 금융회사로 간주될 정도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한 대주주다.

외국인 주주들은 지분에 비해 지나친 경영 간섭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국내 주주의 관심과 입김이 약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는 외국인의 국내 은행 보유 지분이 많아 사실상 은행 투자를 꺼린다.

지분 전량 매각으로 충격을 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다. 테마섹은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지분 9.6%를 취득할 때 4%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금융당국 승인을 받았다. 테마섹은 하나금융에 이사를 파견하거나 4% 초과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시로 경영에 개입하면서 막강한 주주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의 재일교포 주주도 경영진을 주무르는 힘을 보여줬다. 재일교포 5000여명으로 구성된 주주들은 17%에 이르는 지분을 갖고 있는데다 신한은행 창립을 도왔다는 이유로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재일교포 주주는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 12명 가운데 4명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분 5% 안팎을 보유한 다수의 주요 주주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안정적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선진국 은행은 자국의 기관투자자가 주요 주주로 참여해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며 “4∼5% 안팎 지분을 보유한 다수 주주가 서로 견제·협력하면서 경영진을 감시하는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