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표는 ‘훼방꾼’ 발언 사과해야 한다

입력 2010-10-24 17:46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라고 말했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중국 정부가 공식 부인했다. 때맞춰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에 사과가 담긴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의 가벼운 입에서 비롯된 외교 망신이다.

문제는 박 대표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은 볼 필요가 없다. 달을 봐야지”라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손가락은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은 ‘훼방꾼’ 등 일부 표현이 존재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 아닌가. 자신의 발언에 확신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깨끗하게 정정하고 사과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왜 말을 빙빙 돌리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박 대표는 지방 행사를 이유로 주말에는 당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추가적으로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논란 초기 청와대의 유감 표명에 공세를 취했던 원내대변인도 말 한마디 없다. 이렇게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건가. 그럴 순 없다. 박 대표의 발언은 국익에 반하는 것이다. 2년 뒤 중국 최고 지도자가 될 사람에 대한 외교적 결례인 동시에 우리나라 국가 원수를 모독하는 발언이다. 시시비비가 가려졌으면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자유선진당에선 원내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당 안에서도 사과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박 대표는 왜 모르는가.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손학규 대표도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손 대표는 중국 정부가 박 대표 발언을 부인한 이후에도 박 대표를 거드는 발언을 했다. 그는 “본질을 외면한 채 특정 표현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매달리는 것이 밖으로 성숙하게 비치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표의 거짓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요즘 지지율 좀 올랐다고 이 대통령과 여당에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이지만 국민들에게는 무책임하게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