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숲 사랑 정책 펼쳐온 이보식 前 산림청장… 죽어서도 숲과 나무를 선택했다
입력 2010-10-24 19:28
산과 나무와 함께 살아온 이보식 전 산림청장이 별세 후에도 수목장(樹木葬)을 선택, 산으로 돌아갔다.
“빈손으로 왔으니 흔적도 남기지 말고 빈손으로 가야지. 묘비, 분묘가 다 무슨 소용이냐.” 지난 22일 숙환으로 별세한 이 전 청장이 남긴 말이다.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25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인한 이 전 청장의 유해를 충남 부여군 부여읍 능산리 선산 나무 밑에 안치키로 했다.
그는 선산의 가족묘 터에 나무를 심어 일찍부터 자신의 수목장을 준비해 왔다. 고인의 유족들은 “산림청장을 지낸 사람이 죽은 뒤 산을 파헤치게 해야 되겠느냐”며 “내가 심은 나무 밑에 안치해 달라”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산림청에서 35년간 재직하며 숲 사랑 정책을 펼쳐온 그가 친자연적인 장묘 방식을 몸소 실천하는 셈이다.
고 이 전 청장은 경제수 위주의 경제림단지 조성, 산림토양조사에 의한 적지적수 조림, 우량임분 천연림보육 등 정책을 도입해 조림정책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외환위기 때는 ‘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을 창안해 냈으며, 특히 국내 최고의 생물다양성 보고인 광릉숲을 보전하기 위해 산림청 직속 국립수목원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퇴임 후에도 ‘평화의 숲’ ‘생명의 숲’ 등 시민단체 고문과 한국녹색문화재단이사장, 2002 안면도세계꽃박람회 사무총장, 천리포수목원 원장을 거치는 등 마지막까지 숲과 함께했다.
대전=정재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