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위험 피 한방울로 알아낸다
입력 2010-10-24 17:27
만성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 및 간암 합병 위험도를 피 검사만으로 간편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김동준(사진) 교수팀은 만성 B형 간염으로 인한 간 섬유화 정도를 간에서 분비되는 ALT, AST 등 소화효소의 농도 변화를 비교 관찰해 매긴 위험점수로 쉽게 가늠할 수 있는 간 섬유화 진단 모델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간 섬유화란 간이 점점 딱딱하게 굳는 현상이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대개 이를 보고 만성 B형 간염 치료 시작 시기 뿐 아니라 간경화 및 간암 합병 위험을 예측한다.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생명을 위협받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간경화 또는 간암으로 각각 발전해 간이 딱딱하게 굳고, 해독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됐을 때다. 흔히 만성 간염 환자들에게 정기검진을 통해 간 기능을 저하시키는 섬유화 현상을 경계하라고 전문의들이 당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복강경으로 간 조직 일부를 직접 채취해 검사해 보는 것(간생검) 외엔 간 섬유화 정도를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 AST·ALT 효소의 혈중 농도와 섬유화 정도를 장기간 추적, 비교한 데이터를 표준화하지 못한 탓이다.
김 교수팀은 이를 개선할 목적으로 춘천성심병원 등 전국 6개 대학병원에서 간 조직검사를 받은 만성 B형 간염 환자 136명의 간생검 결과와 ALT·AST 혈중농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섬유화 진행 정도에 따라 위험도를 점수화했다. 이들은 모두 6개월 이상 B형 간염 항원을 갖고 있었으나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환자들이었다. 연구결과 이 진단 모델의 정확도는 90.9∼96.2%에 달했다. 김 교수는 “새 간 섬유화 진단 모델을 보급하면 만성 간염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간생검을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