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창작발레 ‘왕의 꽃’ 공연하는 세종대 무용과 리허설 한창
입력 2010-10-24 17:36
“시선 더 위로 둬야지. 몸 뒤로 젖히고!”
23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용덕관 2층 무용연습실은 긴장감으로 팽팽했다. 몸에 딱 붙는 발레 복장에 토슈즈를 신은 무용수들은 손짓 하나 발짓 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무용수들이 펼친 손의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서차영(58) 세종대 무용과 교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들은 매일 새벽 2시까지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무용수들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쁨도 묻어났다.
이들은 창작발레 ‘왕의 꽃’의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이 작품은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고귀한 희생과 사랑을 아름다운 춤과 동작에 담아 표현한다. 시놉시스를 쓴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선광현 부목사는 “특히 만왕의 왕 예수님의 사랑, 탄생부터 부활까지의 과정이 무용수들의 몸동작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기획한 서 교수는 “예술가의 입장에서 성경에 기록된 여러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새로운 작품의 주제가 될 수 있다”며 “오랫동안 성경을 기반으로 한 발레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이번 작품이 그 꿈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발레 저변이 넓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때문에 보다 쉬운 춤과 동작으로 예수의 사랑을 표현하려 애썼다고 했다.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쉽고 편안하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안무를 준비했다. 실제로 무용수들이 한 동작 한 동작 표현할 때마다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다.
서 교수는 이번 공연이 ‘한국적인 것’을 알리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서양 예술인 발레에 한국적 정서를 결합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음악부터 무대, 의상, 악기까지 모든 것을 한국적인 것을 가미해 새롭게 만들었다. 예수님이 살아계실 당시 한국인들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상상해보고 그것을 무대의상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서 교수는 “어디 내놔도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려 한다. 순수하고 새로운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 향후 외국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예수 역할을 맡은 이동훈(25)씨는 “발레리노로서 예수 역을 맡을 거라 상상조차 못했는데 영광스럽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 많은 관객들이 공연에 융화될 수 있을지, 부담이 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막달라 마리아 역의 김지희(25·여)씨는 “기독교인들로부터 ‘막달라 마리아는 저게 아닌데’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막달라 마리아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연에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 교수는 관객과 작품이 혼연일체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아들을 생각하면서 흐느낄 때 군중들도 함께 울고, 예수님이 제자들과 얘기할 땐 같이 기뻐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춤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이 녹아들어 같이 호흡하기를 원한다”며 “어려운 가운데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찾아 은혜 받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왕의 꽃’은 다음달 4일과 5일 오후 8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공연문의 1588-7890).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