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석 회장, 1000억대 비자금 어떻게 빼돌렸나

입력 2010-10-23 00:07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2일 씨앤(C&)그룹 임병석 회장의 구속영장을 통해 밝힌 혐의는 분식회계 및 대출 사기다. 2000년대 들어 잇따라 인수한 부실기업들의 재무제표 등 회계장부를 조작해 손실액을 대폭 줄이고 이를 통해 금융권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았다는 것이 혐의의 골자다.

검찰은 임 회장이 이런 방식으로 조달한 금액 중 상당부분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임 회장이 최근 10년간 1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 등을 차례로 인수하고, 이들 기업이 상장폐지되는 일련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임 회장의 잇따른 기업 인수·합병(M&A) 및 주력 계열사 퇴출 과정에서 10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일각에선 2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5월 상장폐지된 C&상선, C&중공업, C&우방 3개 업체 등 그룹 계열사들의 자금 흐름을 눈여겨 보고 있다. C&그룹이 2004년 인수한 C&우방(옛 우방건설)은 그룹의 건설사업 부문을 담당한 중견 건설사였고, 2002년 인수한 C&상선(옛 세양선박)은 컨테이너 정기선 사업을 하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4400억원대에 달했다. C&중공업(옛 진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로 꼽히던 이들 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등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고, 결국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상장폐지됐다. 계열사들이 주력사업과는 무관한 사업을 가장하거나 회계장부를 조작해 거액의 자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올 초부터 상장폐지된 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보 수집에 들어갔고, 이때 C&그룹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주요 계열사들의 자금흐름 추적이 이번 수사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동시에 기업 오너를 체포할 만큼 기초 조사를 통해 범죄 혐의 소명을 위한 상당한 물증을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대검 중수부는 특히 올해 일선지검에 상장폐지된 코스닥 업체들의 수사를 배당하고 지휘하는 과정에서 경영주의 도덕적 해이가 극심한 업체의 정보는 별도로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