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그룹 비자금 행방은… M&A 자금조달 과정서 정치·금융권에 입체적 로비
입력 2010-10-23 00:06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씨앤(C&)그룹이 기업 인수·합병(M&A)에서 잇따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금융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금융권을 상대로 한 임 회장의 입체적인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그룹이 불과 10여년 만에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정·관계 실력자들의 비호나 특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이미 야당 중진의원의 측근 A씨가 C&그룹의 핵심계열사였던 C&우방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A씨는 정·관계의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직접 로비를 할 만큼의 고위인사는 아니었지만 임 회장이 이런 식으로 정치권과 끈을 이어왔던 만큼 실제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임 회장이 단기간에 많은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임 회장이 인수한 기업 중 상당수는 퇴출 대신 공적자금이 투입돼 회생 가능성이 있었던 업체였다. 그런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자금 조달과정에 영향력이 행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검찰은 특히 M&A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2002~2007년에 C&그룹이 금융권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이 이뤄진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임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은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부실기업을 인수해왔다. 2006년에는 금융브로커 김재록씨에게 우방건설 인수자금 420억원을 우리은행 사모펀드로부터 대출해 달라고 청탁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선 임 회장의 고향이 전남 영광이라는 점에서 옛 여권 정치인 3~4명의 이름이 주된 로비대상이었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L의원은 임 회장과 각종 행사에 나란히 참석하면서 안면을 익혀온 사이이고, 같은 지역의 전·현직 P의원들도 지역 행사 때 임 회장과 만나며 교류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계에서는 DJ 정부와 참여정부 때 경제부처 고위관료를 지낸 인사의 이름도 회자된다. C&그룹이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금융계 인사들이 도움을 줬을 가능성과 함께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미 2008년 C&그룹의 자금 사정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임 회장이 사활을 걸고 각계에 로비를 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C&그룹 수사가 비자금의 흐름과 돈을 받은 정관계 인사들을 어느정도 밝혀낼 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임 회장을 2006년 한차례 조사한 적이 있기 때문에 C&그룹의 자금 동원 방식이나 로비 형태에 대해 이미 윤곽을 잡고 공개 수사에 나섰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은 단지 임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실명이 거론되는 측면도 있어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인사들의 사법처리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남혁상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