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계열사 ‘靑행정관 성접대’ 재수사… 檢 “비자금 실체 확인”
입력 2010-10-22 22:00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 본사와 이 회장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수백 상자 분량의 압수물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22일 태광그룹 재무담당 핵심 인사들을 소환해 조사를 계속했다. 검찰은 전날 비자금 조성 핵심인물로 지목된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의 서울 장충동 자택을 압수수색함으로써 ‘1단계 수사’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상무 자택을 끝으로 의혹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장소 대부분에 대한 압수수색이 끝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이 상무 집에서 확보한 자료에서 핵심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는 그룹 내에서 그간 ‘왕(王)상무’로 통하며 그룹 자금 업무를 총괄 지휘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는) 비자금 조성 경위와 규모, 성격에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자금의 실체는 확인이 됐고, 비자금의 구체적인 규모와 사용처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가는 단계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상무 자택 압수수색 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증거물 확보 타이밍을 놓쳤고, 이 회장 측근들 역시 ‘선대 회장의 미신고 유산이 오해를 받고 있다’는 진술만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발생한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 직원의 청와대 행정관 성(性)접대 사건도 전면 재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이들을 접대했던 문모(38)씨가 올해 6월 “회사의 조직적인 로비가 있었고, 로비 지시 탓에 억울하게 퇴직했다”며 그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문씨는 지난해 3월 25일 룸살롱에서 청와대 행정관이던 김모(44)씨 등 2명과 방송통신위원회 신모 (43)과장을 접대를 하다 적발됐다. 이 사건을 두고 티브로드가 경쟁사 큐릭스를 인수하고자 청와대와 방통위에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방통위는 “업무 연관성이 없다”며 약 2개월 뒤 합병을 승인했다. 검찰은 조만간 문씨를 불러 그룹 고위직의 성접대 지시가 실제 있었는지를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태광그룹이 당시 문씨 등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펼친 인물들에게 한도 2000만원 수준의 법인카드를 내줬다는 의혹도 수사대상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 측이 은행 예금과 차명주식 외에 무기명 채권으로도 비자금을 관리한 정황을 포착해 채권의 조성 경위 등을 추적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