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노인에 유비쿼터스 설비제어 훈련… 엉터리 민간職訓, 훈련비만 축낸다

입력 2010-10-22 21:40


2008년 당시 81세 할아버지 A씨는 민간 직업훈련기관에서 유비쿼터스 설비 제어 훈련을 제안 받았다. 비파괴 시험기기 운용이나 유비쿼터스 설비 제어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재취업을 위한 훈련을 받으면 훈련수당까지 준다고 해서 그냥 응했다. 지난해에는 82세 할머니 B씨가 동사무소에서 함께 공부하던 70세 이상 노인 10여명을 포함한 30명과 함께 H직업전문학교에서 정보통신 시스템 교육을 1년간 받았다. B씨 등은 엑셀 함수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책을 떼지 못한 채 과정을 마쳤고, 동기생 모두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재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민간우선선정직종훈련(민간직종훈련)사업에 참가한 민간직업훈련기관들이 정부가 주는 훈련비를 받으려고 인원 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이처럼 불량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년과 2009년 민간직종훈련 과정을 마친 훈련생의 취업률은 각각 45%와 37%였다. 2008년 훈련후 취업자 가운데 1년 이상 직장을 다닌 고용유지율은 27%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고용보험 취득 후 1년 고용유지율 42.2%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홍 의원은 “지난해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자가 1075명으로 전체 훈련생의 6.3%에 이르고, 73세 고령자가 건설기계 정비를 훈련받는 등 불량 훈련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인력공단이 진행하는 민간직종훈련사업은 국가 기간산업 및 정보통신·자동차 산업 등 전략산업 중 인력이 부족한 기계조립, 용접, 전기공사 등 78개 우선선정 직종에 대해 인력난을 해소하고 실업 문제를 해결한다며 1997년부터 시행됐다.

지원 대상은 구직 등록한 15세 이상의 실직자 및 인문계 고교 3학년 비진학 청소년이다. 지정된 민간 직업훈련기관에 대해서는 훈련비용을 지원하고, 훈련생에게는 교통비·식비 등 수당을 지원한다. 예산은 2009년 396억5000만원, 올해 355억4000만원이다.

홍 의원은 “민간 훈련기관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며 “정부는 감시·감독은 안중에 없고 민간 훈련기관을 키울 생각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발표된 ‘2020 국가 고용전략’에서도 대대적인 민간 훈련기관 지원을 언급했다”면서 “그러나 민간 훈련기관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