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훼방꾼’ 발언 외교적 결례” 외교부, 주중대사에 유감 전달

입력 2010-10-22 21:53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2일 오전 장신썬(張?森) 주한 중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다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발언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 당국자는 장 대사에게 “박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으로 인해 중국 지도자에게 외교적 결례를 야기하게 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본국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장 대사는 “본국에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정부의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은 볼 필요 없다. 달을 봐야지”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이 본질을 외면한 채 ‘말꼬리’를 잡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이번 일의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느냐 후퇴시키느냐, 또 중국 지도자들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일”이라며 “이런 본질을 외면한 채 특정 표현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에 매달리는 이명박 정부가 밖에 성숙하게 비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발끈했다. 안 대표는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 원내대표가 중국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중국 정부가 거짓말을 한다’는 식으로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망신을 초래한 박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또 “손 대표도 박 원내대표를 감싸며 정부 비판에 가세한 것은 공당의 명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신임 인사차 예방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중국 관계에서 과연 중국이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가 균형 있는 외교라고 볼 것인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일방적 대미 편중 외교’를 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에 김 장관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천안함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하고도 모든 걸 속 터놓고 얘기하는 관계가 됐다”고 반박했다.

두 당의 공방을 지켜보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 싸움 자체가 사대적 사고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중국 지도자의 말 한마디를 금과옥조처럼 내세워 정권을 공격하는 야당이나, 중국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야당 인사의 말만 문제 삼는 것 자체가 국가적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