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은행세 부과한다더니… “애걔걔”

입력 2010-10-22 18:08

영국 정부가 발표한 은행세 부과 방침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21일 “은행들은 영국 금융시스템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끼치는 잠재적 위험에 걸맞게 공정하고 전체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영국계 은행의 전 세계 수익을 기초로 매년 약 25억 파운드(약 4조4300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내년 1월 1일부터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이 금액이 약 0.1% 이하의 세율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전날 오스본 장관은 서민 복지 혜택을 크게 줄이는 긴축재정 정책을 발표하면서 “금융기관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한(maximum)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부과금 총액을 미리 정한 뒤 거기에 맞춰 세율을 정한 셈”이라며 “결국 은행의 로비가 승리했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영국의 은행들이 너무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며 “정부가 마음먹었으면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부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영국 정부가 법인세를 현행 28%에서 24%로 낮출 예정이어서, 로이드 은행그룹(RBG)이나 로열스코틀랜드 은행(RBS)은 내야 할 세금이 되레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3년간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이 영국의 금융기관에 지급한 보조금만 590억 파운드(약 1045조원)에 이른다”며 “이를 위해 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20분의 1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은행세가 도입되면 런던을 떠나 다른 나라로 본사를 옮길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