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날로 흉포해지는 10대 패륜범죄

입력 2010-10-22 17:20

지난 21일 새벽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 4명이 숨졌다. 원인은 방화였다. 범인은 이 집 아들 중학생 이모(13)군. 이군은 전날 휘발유를 사놓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한다. 더구나 이군은 범행 후 태연하게 현장에 나타나 울부짖기까지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른바 10대 청소년의 존속살해 사건이다.

담배 피우는 것을 아버지에게 알리겠다는 어머니를 칼로 찔러 죽인 최모(16)군, 무단결석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김모(17)군 등 비슷한 예가 수도 없이 많다. 이처럼 순간적으로 끓어오른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엉겁결에 빚어진 사건도 있지만 이군의 경우는 완전범죄를 노린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한다.

10대들의 패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존속살해 사건은 2006년 40건을 넘어선 뒤 2008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늘고 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벌써 47건이다. 존속폭행·상해는 지난해 약 900건으로 마찬가지로 증가세다. 가족 간의 문제라고 쉬쉬하며 덮는 경우를 감안하면 10대들의 존속폭행·상해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대체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그토록 강퍅하게 하는가. 화를 스스로 다스릴 줄 모르고 자라온 일부 우리 10대들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이를 방치한 것은 직접적으론 각각의 가정이겠으나 사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정 내 무관심과 경쟁만을 부추기는 성공지상주의가 이들을 소통 부재의 막장으로 내몰아간 것은 혹 아니었을까.

폭력성 짙은 온라인상의 가상게임이 그들의 유일한 탈출구가 됐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리셋’ 버튼 하나에 모든 게 다시 시작되는 가상공간의 게임 현실과 한번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생명의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가정 학교 사회, 그 누구도 도움이 못 됐던 것이다.

범사회적으로 생명의 존귀함에 대한 환기가 절실하다. 더불어 캠페인이라도 벌여 부모를 공경하는 것 이상으로 자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