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 4인방의 명과 암… 복음주의권 부흥 견인차 역할

입력 2010-10-22 17:29


고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목사,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 이동원 지구촌교회 목사. 언제부턴가 이들에겐 ‘복음주의 4인방’ 혹은 ‘강남 4인방’이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강남권을 지역 기반으로 한 목회, 한국 교회 내 복음주의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맏형격인 옥 목사 별세 후 나머지 3명도 줄줄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2개월 후면 은퇴하는 이 목사를 비롯해 홍 목사도 내년까지만 목회할 예정이고, 건강 문제가 심각한 하 목사도 수년 내 은퇴가 예상된다. 이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작업은 훨씬 후에 이뤄지겠지만 옥 목사 사후와 남은 3인의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 이들이 한국 교회에 남긴 유산은 무엇이고, 이들을 계승해야 할 후배 목회자들의 역할은 뭔지 짚어봤다.

◇4인방, 어떻게 만났나=이들의 만남은 196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홍 목사는 CCC 총무를 역임한 뒤 총신대에 입학했고, 홍 목사의 제자였던 하 목사는 CCC 간사로 사역했다. 이 목사는 한국십대선교회(YFC) 총무였다. 이 목사는 홍 목사를 강사로 자주 초청해 서로의 비전을 나눴고, 이것이 ‘형님-동생’ 사이로 발전했다. 옥 목사는 성도교회 대학부를 지도하면서 선교단체에 눈뜨게 됐다.

이들의 연대 이면에는 차이점도 많았다. 교단이 달랐고, 나이도 달랐고, 교회론과 목회론도 차이가 있었다. 총신대 박용규 교수는 옥 목사 생전에 들은 내용이라며 “옥 목사는 ‘모든 부분이 같기에 친한 게 아니고 다름이 있음에도 서로 배울 수 있고 보완할 수 있기에 서로를 존중하고 알아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목회를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동역했다. 86년 코스타 창립, 93년 남북나눔운동 창립, 97년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 창립에 함께하면서 해외 유학생, 통일과 북한 선교, 한국 교회 갱신에 힘을 합쳤다.

◇4인방, 뭘 기여했나=침신대 박영철 교수는 각 개인을 복음과 만나도록 한 것을 4인방의 가장 큰 공적으로 꼽았다. 특히 화려한 교회 성장의 시기에 각 개인으로 하여금 구원의 확신 가운데 살게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소위

‘4인방’은 성경과 무관한 미신적인 신비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도록 한국 교회에 도전을 줬다”며 “그리스도인이면 누구나 복음의 일꾼이고 사역자라는 만인제사장직의 교리를 보편화하는 데도 이들의 공이 컸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이상화 사무총장은 “복음적 내용을 함께 논의하고 고민한 후엔 항상 실천하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교단 배경이 다른 네 분의 연대는 새로운 교회 연합 가능성의 물꼬를 튼 것으로 사심을 내려놓은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아주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박용규 교수는 4인방 각각을 평가했다. 옥 목사에 대해서는 “제자훈련의 실험장인 사랑의교회와 그 결과물을 필요로 하는 한국 교회가 있었기에 네 사람 중에서 보폭이 가장 넓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홍 목사에 대해서는 “복음주의 진영 목회자들이 침묵하던 부분을 일깨워 그들이 통일운동과 북한 선교에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동력이 됐다”고 평했다. 하 목사와 관련해서는 “문서선교뿐만 아니라 전주대 한동대 횃불트리니티대 설립을 통해 기독교의 이상을 사회 속에 실현해간 것은 세 목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에 대해서는 “장로교 중심의 한국 교회에서 침례교를 한국 교회의 주요 교단 중 하나로 올려놓음으로써 한국 교회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4인방, 후배들은 어떻게 이을 것인가=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 권영석 목사는 “다방면에서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고 4인방을 평가하면서도 “이들이 한국 교회에서 이상적인 모델처럼 너무 부각되는 바람에 마치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누구든지 본받아야 할 기준처럼 비쳐졌지만 대도시 중산층에 맞춘 이들의 목회는 보편성을 띠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들이 활동한 시기에 많은 지역 교회들이 좌절을 경험하고, 도리어 수평이동으로 인한 피해의식에 시달리게 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밝혔다.

박영철 교수는 “비록 그들이 의도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성공주의나 대형주의를 선(善)으로 보는 이상한 풍조를 조장한 면은 4인방의 한계점”이라고 지적했다.

4인방 이후에 요구되는 목회자의 리더십으로 후배들은 소수의 주도보다는 팀워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무학교회 청년부 담당 이상갑 목사는 “앞으로 한국 교회는 특정 소수가 아니라 건강한 다수가 이끌어가야 한다. 그럴 때 한국 교회는 건강해질 것”이라고 했고, 이상화 목사 역시 “목회 현장의 크기나 위치에 상관없이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팀플레이를 심화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목사는 “기독교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다음 세대의 과제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며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창의성과 연대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인방 중 한 사람인 이동원 목사는 후배 목회자들이 갖춰야 할 리더십으로 ‘서번트십(servantship·종의 도)’을 꼽았다. 이 목사는 “자칭 리더는 넘쳐나는데 서번트(servant·종)는 잘 보이지 않는 게 걱정”이라며 “리더십보다 서번트십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지금은 건강 목회, 세계 선교, 통일한국 같은 더 큰 그림의 미래를 위해 뜻있는 지도자들의 연합이 필요한 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