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 보니 입학사정관제 알만하다

입력 2010-10-22 17:20

서울대 입학사정관 3명 중 한 명꼴로 20대이며, 심지어 대학을 갓 졸업한 24세 사정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과위 소속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이 그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전임 입학사정관 24명 가운데 8명이 20대였고 평균 연령도 32.7세에 불과했다. 이전 직업도 고교 기간제 교사, 대학 조교, 연구원, 대학 입학관리본부 직원 등이었고 9명은 사회생활 경험이 거의 없어 서울대 입학사정관이 사실상 첫 직장이다.

한마디로 걱정스럽다. 꼭 나이가 많고 경력이 화려해야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학생과 학부모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로부터 연간 20억원 이상을 지원받으면서 입학사정관을 위한 별도의 교육 매뉴얼이나 연수 프로그램도 없다고 한다.

이쯤 되면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믿음과 애착보다는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까 모양새만 갖추는 것이다. 이는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신입생에서도 잘 드러난다. 같은 교과위 소속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2010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2004명 가운데 69%가 내신 1∼2등급이었다. 정시모집 일반전형 합격자의 1∼2등급이 58.7%인 것에 비해 오히려 높은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이 내신 성적 우수자만 골라서 뽑았다는 얘기다. 서울대가 이 모양이니 다른 대학들도 짐작할 만하다.

입학사정관제는 고교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대학들은 정부 돈까지 지원받으면서 이 제도를 오히려 성적 우수자를 싹쓸이하는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 사교육을 줄이려고 도입한 입학사정관제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제도든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도입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불신하고,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질타하는 이 제도를 지금 이대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개선이 어려우면 지금이라도 없애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