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첫 경험’ 두 청춘이 그린 ‘담백한 신파’, ‘이파네마 소년’ 주연 이수혁·김민지

입력 2010-10-22 17:53


낯선 여행지. 나이도 출신도 배경도 알 수 없는 누군가 저기 있다. 말 몇 마디에 금세 사랑을 느낀다. 꼭 ‘비포 선 라이즈’가 아니더라도 어느 영화에서나 존재할 법한 진부한 이야기. 그런데, 이 영화 ‘이파네마 소년’은 이 진부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새롭고 쓸쓸한 방식으로 말한다. 여름과 겨울의 해변을 줄곧 그리면서도 오히려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다. 첫 사랑의 아픔을 겪어본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이파네마 소년’의 두 주연을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E&M 센터에서 만났다.

“연기 실력도 좋고 순발력도 있고, 어디다 갖다놔도 잘하는 배우가 되면 물론 좋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잘 하는, 그 사람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이수혁)

이수혁(22)·김민지(18)는 영화를 웬만큼 보았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얼굴들이다. 모델로 더 알려진 이수혁은 이 영화가 첫 연기 경험이고, 김민지 역시 ‘꽃보다 남자’등 몇 편의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한 경력이 있지만 영화는 처음이다.

이수혁을 발탁한 김기훈 감독은 시사회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분위기가 몽환적이라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는 큰 키에 마른 인상이고, 말투도 진중했다. 그가 연기한 것은 온 곳도 간 곳도 알 수 없는 신비한 소년 역이다. 첫 영화에서 망망대해를 왔다갔다하며 수십 분 혼자 헤엄치는 작업까지 해냈다.

“전체적인 소년의 캐릭터가 저와 비슷했어요. 연애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것도 그렇고,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나 나이 같은 것…. 대체로 감독님이 저한테 많이 맞춰 주셨어요.”

영화 속에서 어색하지 않았던 건 오히려 꾸미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제3의 인물을 만들어냈다기보다는 ‘내가 이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하며 연기를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에 비해 김민지는 예쁘고 밝은, 말 그대로 나이다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녀였다. 대형 가요기획사의 청소년 선발대회에 참가해 1등을 했던 경험도 있다. 그는 “제가 의도했던, 수줍고 조용한 소녀 이미지가 잘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라 술 마시고 취하는 연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시험기간에 학업·연기를 병행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하지만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연기에 있어 저희의 생각을 많이 배려받은 것 같아요.”

소년과 소녀가 해변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어쩌면 닳고 닳은 그림 같은 멜로. 신인을 캐스팅한 덕분에 아무리 연기를 잘 하는 기성 배우라도 어쩔 수 없었을 식상함에서 벗어났다. ‘유령 해파리’나 ‘꿈’ 같은, 문학작품을 연상시키는 영화적 장치 덕분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니, 소녀가 울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김민지의 말처럼, 무겁지 않은 한 방울 눈물이 필요한 관객에게 어울리는 담백한 신파다. 12세 관람가. 다음달 4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