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시선집중’ 진행 10주년 맞은 손석희 “송곳 질문? 더 날카로워질걸요”
입력 2010-10-22 17:39
“배은망덕하다. 인간이 안됐다.”
2000년 10월 23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MBC 라디오 표준FM(95.9MHz) ‘손석희의 시선집중’(오전 6시15분∼8시)에 출연해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표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사회 현안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겠다며 첫 방송을 탄 ‘시선집중’은 그렇게 시작부터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사실적 인터뷰’를 내세우며 라디오 저널리즘에 새 역사를 쓴 ‘시선집중’이 23일로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MBC에는 ‘시선집중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진행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를 비롯해, 애청자 120명과 고정 게스트, 역대 PD 등이 모였다.
10년 전 ‘시선집중’을 만들었던 정찬현 PD는 “‘시선집중’은 방송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게을러지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웃들 사는 것에 대해 못 본 척 외면할 수도 있고, 급한 사건을 안 다룰 수도 있고, 위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수도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생긴 이후 그럴 수가 없게 됐다”고 밝혔다.
라디오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시선집중’은 스튜디오를 옮겨가면서라도 사건 현장에서 사실을 전하려고 노력했다.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가 신사참배하는 모습을 생중계했고,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회고할 때는 일본으로, 5·18 30주년 때는 광주로 스튜디오를 옮겼다.
또한 사건이 벌어진 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섭외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를 탈출한 한국인 생존자를 인터뷰한 게 대표적이다.
10년 간 ‘시선집중’을 거쳐간 사회 인사들은 3600여명. 이들은 손 교수의 날카로운 질문에 진땀을 흘리곤 했다. 질문지를 미리 요구하는 인사들에게는 질문 방향을 알려주지만, 실제 방송에 들어가서는 돌발 질문도 빼놓지 않기 때문이다.
2001년 12월 한국의 개 식용문화를 비판하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에게 손 교수는 “프랑스인과 독일인, 미국인 등 한국을 찾은 외국인도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당황한 여배우는 “거짓말을 일삼는 한국인과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손 교수가 집요하게 질문하자, 박 전 대표가 “지금 싸우자는 것이냐”면서 화를 낸 일화도 유명하다.
손 교수는 앞으로도 출연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까칠한 진행방식’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논리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사이에 많은 긴장상태가 유지되는데 그게 올바른 자리매김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그 부분에 있어선 필요에 따라 더 날카로워질 수 있지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