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압수수색] 16개월만에 칼 빼든 檢… 司正 앞선 워밍업?

입력 2010-10-21 23:00


중수부, 왜 C& 골랐나

검찰의 C&그룹 수사는 그동안 물밑에서 떠돌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기업수사 재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6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 중단 이후 잠행하던 대검 중수부가 1년 4개월 만에 야심차게 벌이는 수사라는 점에서 재계와 정·관계에 격랑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C&그룹은 참여정부 시절 문어발식 기업인수를 하면서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왜 C&그룹이 수사대상 됐나=C&그룹은 임병석 회장이 호남 출신이고, 참여정부 시절 급성장한 회사라는 점에서 금융권 대출 등 각종 로비를 벌였다면 대상은 호남 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 회장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광주 서석고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했다. 고교 재학 시절 ‘공부만 시키는 학교와 학원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자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저돌적인 M&A로 기업을 확장했고, 그 과정에서 호남 출신 정치인들과도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바다 살리기 국민운동 본부’ 총재를 맡았다. 이 단체 행사에는 당시 여당이었던 호남 지역 정치인들도 자주 얼굴을 내밀었다.

대검 중수부 수사는 C&그룹의 기업 비리 자체보다는 C&그룹이 정치권을 상대로 어떤 로비를 벌였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18일 대검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관심은 항상 비자금에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C&그룹이 기업과 정치권의 부적절한 유착 고리를 밝혀내는 적절한 수사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C&그룹이 호남 기업이고 수사가 진전될 경우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피의자라는 점을 밝히는 등 여야 구분 없이 성역 없는 수사를 해나가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다시 기지개 켠 대검 중수부=검찰 중추 사정 기관인 대검 중수부가 움직이면서 정치권과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중단된 뒤에도 대검 중수부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가급적 수사를 자제해 왔다.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를 서울서부지검에 맡기는 등 정치인 또는 대기업 관련 수사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공정 사회’를 강조하며 상시적인 한국 사회 구조적 비리 척결에 힘을 실어주면서 대검 중수부 역시 물밑에서 수사 재개를 준비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C&그룹은 ‘몸 풀기’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검 중수부가 C&그룹이 아닌 다른 대기업 수사를 위해 상당한 내사를 이미 진행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기업 이름도 거명되고 있다. 어떤 대기업이 다음 수사 대상이 되든 비자금과 정치권 로비가 대검 중수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