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훼방꾼 발언’ 부인…박지원 “입장 이해하지만 사실”

입력 2010-10-21 23:19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말했다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21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국 정부가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공식 부인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궁지로 몰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청와대·중국 대(對) 박지원=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부주석이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확인해 본 결과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 대변인은 “우리도 관련 보도와 한국 정부의 입장 발표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해들은 박 원내대표는 “중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우리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논란은 한·중 외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아 국익 차원에서 그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원내대표를 몰아붙였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공식 논평까지 내고 “박 원내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괜찮지만 외국 국가 지도자를 끌어들여 싸움하면 그 사람들이 한국을 어떻게 보겠느냐”며 “시 부주석과 앞으로 10년을 일해야 하는데,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을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오전 고위정책회의에서 “지금까지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해 본 적이 없다”면서 “벌떼처럼 달려들어 쏴 봐야 (나는) 죽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국가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금도마저 어기는 것을 보며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당혹…국감에서는 공방=중국의 공식 부인 이후 정치권 기류도 확연하게 달라졌다.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과 시 부주석에 대한 박 원내대표의 사과를 촉구하며 “정치적 거취마저 생각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민주당은 곤혹스러워했다. 박 원내대표가 경솔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희상 의원은 “차기 중국 지도자가 될 분과 우리 대통령이 관련된 발언을 쉽게 얘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박 원내대표 발언이) 진실일 것으로 추정은 하지만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과 진보신당도 박 원내대표의 사과와 신중한 처신을 요구하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의 외교통상부 국정감사는 ‘훼방꾼’ 발언 논란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시 부주석 간의) 면담요록에 그런 발언이 있었느냐”고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없었다”고 답했고 유 의원은 “공당의 원내대표 발언으로 부적절하다”며 박 원내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 측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누가 누구한테 사과를 요구하느냐”며 “이 문제의 발단을 제공한 것은 현 정부”라고 반박했다.

김나래 기자,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