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 왜 서둘러 팔았나… 단순 포트폴리오 조정? M&A 불만?
입력 2010-10-21 21:25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하나금융 주식을 매각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란 의견이 많지만 지분을 한꺼번에 신속히 정리한 데서 테마섹의 의도가 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최대주주인 테마섹이 하나금융이 추진 중인 우리금융 인수·합병(M&A) 전략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매각 사태가 하나금융 입장에서 우리금융 M&A에 ‘악재’라는 점은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동부증권 이병건 애널리스트는 21일 “시장 일각에서 테마섹의 지분 매각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듯하지만 이는 지난해부터 예고된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테마섹의 임원진이 바뀌면서 금융 부문에서 에너지로 투자 방향이 변화할 것이란 언론보도가 작년부터 나왔다”며 “새삼스럽게 반응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이란 얘기다. 실제 테마섹은 하나금융뿐 아니라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지분도 전량 팔았다.
그러나 지분 일부도 아니고 전량을 하루 사이에 가격을 내리면서까지 처분한 대목에서 의문이 남는다. IBK투자증권 이혁재 애널리스트는 “시간을 갖고 좋은 가격에 천천히 팔수도 있는데 서두른 점은 의아하다”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 방향성이 애매해 하루라도 더 빨리 팔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테마섹이 우리금융과의 M&A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회피하기 위해 일찌감치 발을 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원은 “우리금융을 인수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려면 최대주주도 일정 부분 위험을 안아야 하는데 테마섹 입장에선 불필요한 데다 M&A가 성공할 경우 회사가 바뀌는 것도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의도가 어찌됐든 최대주주 이탈로 하나금융의 우리금융 매각 일정은 차질을 빚게 됐다.
IBK증권 이 애널리스트는 “예금보험공사가 연내에 매각 절차를 진행하면 여전히 하나금융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한 번 더 지연될 경우에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KB금융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