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의 금고’ 뒤졌는데… 수상한 돈흐름 드러날까

입력 2010-10-21 18:11


이선애씨 자택 압수수색 태광 비자금 수사 새 국면

검찰이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의 서울 장충동 자택을 21일 압수수색하면서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이 상무는 그룹 내 자금을 총괄 관리한 인물로 지목돼 왔다. 검찰이 이 상무 자택 압수수색에서 비자금 의혹의 전모를 파악할 핵심 증거를 확보했다면 태광그룹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의혹 결정타 나올까=이 상무는 비자금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의류사업을 벌여 마련한 돈으로 남편이 그룹 모태인 태광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도운 것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그룹 내 자금 관련 업무를 도맡아왔다. 그룹 내에서는 ‘왕상무’로 통한다.

그는 고령이지만 지난 3월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에 들어선 일주&선화갤러리 관장으로도 취임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요즘도 본사 주차장 매출액까지 챙길 정도로 그룹 재무에 권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상무 자택 압수수색 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됐음에도 영장을 재청구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이 상무가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핵심 인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열쇠공까지 동원해 자택 내 금고 등을 샅샅이 뒤져 그룹 내부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비자금 의혹을 규명하는 결정적 증거물을 입수했을지는 미지수다. 두 차례 영장 기각으로 압수수색이 늦어지면서 이 상무 측이 의심을 살 만한 자료는 모두 치웠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장충동 그룹 본사와 이 회장의 광화문 사무실, 계열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수백 상자 분량의 증거물을 확보했다.

◇태광 가신 그룹은 누구=오너 일가를 보좌하며 비자금 조성을 도운 그룹 내 핵심 임원들에게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사의 종착지인 태광그룹 정·관계 로비설의 실체가 파악되려면 이들의 진술이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임원진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오용일(60) 태광산업 부회장이다. 오 부회장은 이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로 통한다. 태광산업 자금과장과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태광의 로비스트’로도 불린다.

박명석(61) 대한화섬 사장은 이 회장 일가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해온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그를 삼성그룹 이학수 고문에 비교하기도 한다. 고 이임룡 회장 때부터 그룹 재무 분야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 일가 ‘집사’ 역할 외에도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화섬을 2004년부터 운영하며 그룹 경영에서도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검찰이 지난 16일 압수수색한 부산 가야동의 태광산업 소유 골프연습장 대표 김영식(63)씨 역시 오너 일가의 자금을 관리한 한 축으로 지목된다. 김씨는 그룹의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는 고려상호저축은행의 감사를 지냈다.

박지훈 최승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