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발언 파문은 통역 탓?
입력 2010-10-21 23:20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 훼방꾼’ 발언이 통역 과정의 오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시 부주석의 면담에 배석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중국인 통역사가 시 부주석의 말을 ‘훼방’이라는 북한식 표현으로 옮겼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통역사는 시 부주석의 말을 좀 거친 북한식 말로 통역했고, 나는 통역보다는 원어에 귀 기울였다”고 말했다. 중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정 전 장관은 “시 부주석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한국이 잘 도와야 하는데 잘못하고 있다. 같은 민족끼리 왜 그러느냐’는 취지로 길게 발언했는데, 통역사가 이 말을 뭉뚱그렸다면 ‘훼방’이나 ‘훼방꾼’이란 표현을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통역사는 북한말을 배운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우리 측을 비난할 때 훼방이란 용어를 많이 쓴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또 “박 원내대표가 당시 통역사의 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수첩에 메모를 하더라”며 “아마 통역사가 하는 말을 그대로 다 받아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박 원내대표는 평소 훼방꾼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면서 “통역사 말을 듣고 한 메모를 바탕으로 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교통상부가 작성한 ‘면담요록’을 열람한 민주당 김동철 의원도 “당시 배석자들에게 확인했더니 중국인 통역사가 거칠게 통역했다고 한다”면서 “시 부주석의 발언과 상관없이 통역사가 그런 용어를 사용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