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지 못받는 ‘연금 개혁’에 몸살 앓는 유럽
입력 2010-10-21 21:32
유럽 각국이 국가재정을 짓누르는 연금을 개혁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 취약국가뿐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 등 경제강국까지 연금개혁을 위한 정년연장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폭력 시위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치 생명이 위협받는 프랑스 사례에서 보듯 연금개혁발(發) 사회 불안은 유럽 각국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연금, 재정 축내는 하마=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1일 ‘2009 각국 연금 현황’ 보고서를 통해 “근로자들을 더 오래 일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연금 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그만큼 정부 지출에 연금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OECD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경우 연금 지출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2007년 10%였으나 2060년엔 12.5%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7월 EU집행위원회가 유럽의 고령화에 우려를 표하면서 회원국 정부에 정년 상향을 권고했던 것도 이런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2008년 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각국 정부 곳간을 크게 거덜 낸 것도 정부의 불안을 부채질했다. 더욱이 그리스발 재정위기까지 터지자 놀란 EU 각국은 고강도 내핍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정년연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인 평균 정년은 61.4세(2008년 기준)로 OECD 평균(63.5)보다 낮은 점도 작용했다.
◇정년연장 반대 파업 도미노=프랑스 영국 등 유럽 각국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연금이나 수당 등 복지예산을 축소하고 있다. 가히 ‘연금개혁 시대’에 접어든 양상이다.
프랑스는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하고, 연금 100% 수령 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연금개혁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연립 내각도 20일 정년과 연금수령 시기를 2016년까지 66세로 늦추기로 방침을 정했다. 당초 목표보다 8년이나 앞당겨 실시하려는 것이다. 현행은 여성 60세, 남성 65세다. 재정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독일도 지난 5월 대규모 재정감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기로 했다. 그리스 스페인 헝가리 이탈리아 등도 일찌감치 이런 개혁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적 지지가 없는 연금개혁이 각국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주말로 예상되는 정년연장 상원 표결을 앞두고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EU 국가 중 가장 먼저 연금개혁의 시동을 건 나라는 그리스다. 그래서 지난 5월 먼저 ‘프랑스 사태’를 겪었다. 노동계 총파업으로 공항 및 도로 폐쇄, 관공서 업무 중단 등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방화사태까지 발생했다. 지난 6월엔 독일 스페인 덴마크 등이 공공부문 노조의 대규모 파업으로 홍역을 치렀다. 연금개혁 반대시위마저 도미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