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제일기획 세무조사…재계 “사정 폭풍 아니냐” 긴장
입력 2010-10-22 00:10
국세청이 최근 국내 최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한화, 태광그룹에 이어 21일 C&그룹 본사 및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 세무조사까지 알려지면서 기업들은 전방위 사정 한파가 몰아치는 것 아니냐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달 초부터 서울 한남동 제일기획 본사에 조사반을 파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에서 대법인을 대상으로 5년 간격으로 실시하는 정기 세무조사의 일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기획은 2005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세무조사는 통상 법인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국이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사정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재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검찰이 한화그룹, 태광그룹, C&그룹 등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고강도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더욱이 대검 중수부가 대기업 3~4곳을 내사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C&그룹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업 비리를 겨냥한 수사의 신호탄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사정 수사라고 잘라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아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기업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시중에 떠도는 증권가 정보지에 ‘다음 차례는 어느 기업’이라는 카더라 식 이야기가 나돌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 롯데건설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더욱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비자금 조성이나 재개발 관련 비리에 대한 특별조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추측성 이야기만 나돌 뿐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나 배경은 알려진 게 없다”면서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차떼기’라는 유행어를 낳은 2004년 대선자금 수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론’과 맞물려 또 한번 ‘사정 폭풍’이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을 수사하다 보면 결국 정치권 로비 문제가 불거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세욱 권지혜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