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14.3% 4360만명이 ‘빈곤층’… 17세 이하 청소년·어린이 최대 피해자
입력 2010-10-21 21:31
매달 마지막 날 밤, 미국의 대형 할인점 월마트에선 기이한 풍경이 연출된다. 밤 11시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분유와 우유 빵 달걀 같은 가장 기초적인 식품부터 장바구니에 담는다. 자정이 지나자마자 사람들은 전자결제 카드를 들고 계산대에 줄을 선다.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생활보조금 카드다. 매달 1일 보조금이 입금되는 즉시 아이들 분유를 사기 위해 밤잠을 설친 부모들이다.
월마트의 빌 사이먼 미국사업부 사장은 21일(현지시간) 공영라디오(NPR)와의 인터뷰에서 “매달 첫날 첫 몇 시간은 매출이 가장 높은 시간대 중 하나”라며 “24시간 가게가 열려있는 데도 그 시각에 맞춰 분유를 사간다는 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빈곤층이 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고 허핑턴포스트가 미 인구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인구센서스 결과를 분석해 이날 보도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빈곤층에 해당하는 4인 가족 기준 연간소득 2만1954달러(약 2500만원) 이하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3%인 4360만명에 이른다. 7명 중 1명꼴인 셈이다.
더 심각한 건 빈곤층이 17세 이하 청소년과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전문 사이트인 민트닷컴이 분석한 결과, 17세 이하 청소년 중 빈곤 가정에 속한 인구 비율(청소년 빈곤율)이 전체 빈곤층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
가장 가난한 지역인 미시시피주의 경우 전체 인구의 22%가 빈곤층인데 5∼17세 청소년 빈곤율은 26%였다. 5세 미만 유아 빈곤율은 더 높아 30%를 넘었다. 빈곤층 비율이 8.5%로 가장 낮은 뉴햄프셔주도 유아 빈곤율은 12%를 기록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유아·청소년층 빈곤율이 전체 인구의 빈곤율보다 5∼10% 이상 높았다. 이들을 양육해야 하는 30∼40대 부모 세대가 금융위기의 가장 큰 희생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애리조나부터 노스캐롤라이나까지 플로리다를 제외한 남부 14개 주 모두 빈곤층 비율이 16%를 넘어 부유한 동부 지역과 대조를 이룬 점도 눈길을 끌었다.
허핑턴포스트는 “실업률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올해는 빈곤층이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중산층 몰락 현상은 선거 쟁점이 되고 있다. 공화당은 높은 실업률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책 실패 탓이라고 공격하는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예산 지출 확대가 없었다면 빈곤층이 더 늘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