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단체 주식·펀드 투자 과연 성경적인가

입력 2010-10-21 17:49


교단이나 교회, 선교단체, 신학교 등이 공금으로 펀드나 주식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주가가 상승 기조를 타면서 투자 유혹이 더 커지고 있어 교회나 단체뿐 아니라 크리스천 개개인까지도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C교단 총회 국내선교회 이사회는 최근 회장을 파면 조치했다. 회장이 이사회 몰래 펀드 투자를 하는 바람에 수억 원의 기금 손실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회장은 오래 전부터 선교회 기금 운용의 방법으로 펀드에 투자해왔고 손실액이 부풀려져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S신학대학교도 펀드 투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65억3000만원을 펀드 및 수익증권 등에 투자해 11억3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이 학교는 기념관 건립과 100년사·역사화보집 발간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펀드 투자 손실이 적지 않은 재정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교단 교역자공제회도 200억원의 기금으로 펀드 투자를 하다 미국 발 금융위기에 큰 손실을 봤다. 쉬쉬하는 가운데 손실액이 점점 커지자 교단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손실을 메울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창 부흥하는 교회로 주목받는 인천 B교회는 지난 2∼3년간 4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2억원가량을 손해 봤다. 이익을 내 교회 건축비에 보태겠다는 게 투자 목적이었다. 서울 광화문 S교회 J목사는 교회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다 성도들에게 알려져 각서까지 썼다.

펀드 투자를 하다 낭패를 보는 성도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쯤 금이나 미국 채권 등에 투자해서 연 30%가 넘는 높은 이자를 주겠다면서 330억원을 가로챈 펀드매니저 김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캐나다 밴쿠버 교계에서 일어난 일인데, 이 사건으로 자살을 기도한 피해자가 생기는 등 밴쿠버 교계와 교민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교계 신문에는 주식 투자를 대신 해주겠다는 광고까지 등장했다. 1억원으로 월 20%(2000만원) 수익을 보장한다며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광고를 낸 사람은 경찰의 내사가 시작되자 투자자 모집이 끝났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최근 서울 강남권 교회를 중심으로 펀드 투자 설명회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펀드나 주식 투자는 자신이 가진 돈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재테크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펀드나 주식 투자는 필요하다. 주식 투자에는 이렇게 ‘윈-윈(Win-Win)’ 요소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교회나 기독교 단체 등이 자산 증식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게 과연 올바른가 하는 점이다. 많은 목회자가 교회 사역은 기업의 이윤 추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신학적으로나 성경적으로 옳은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독교 상담전문가인 박순영 장충단교회 목사는 “펀드나 주식 투자가 현대사회에 공인된 것이기는 하지만 단기간에 많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가 과연 교회나 기독교 단체 등의 기금적립 방법으로 적당한지에 대한 신학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무엇보다 교회는 많은 수익을 얻는 것보다 들어온 수입을 잘 보존하고 교회가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이런 맥락에서 현재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일 EPS 청지기재정교실 대표는 “펀드나 주식의 속성은 중립적이나, 재테크 욕심이나 물질 유혹에 휘말리게 된다면 인간이 가진 죄의 속성이 더욱 커진다”며 “교회나 성도가 욕심을 자제하고 말씀 중심으로 살아갈 때 하나님은 더 큰 복으로 채워 주실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종순 충신교회 목사는 “날마다 주가 등락을 지켜보며 웃고 우는 삶을 거듭한다면 얼마나 초라하고 비참하겠느냐”며 “건전하고 건강한 경제 질서 안에 일확천금은 없다”고 단언했다. 박 목사는 또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것들을 선하게 관리해야 하는 청지기들이기 때문에 투자를 할 때 성경적이며 신앙적인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