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복 기감 감독회장 “직무정지 판결 따를 것”… 법원에 임시감독회장 선임 요청키로

입력 2010-10-21 17:42

“내가 금식하며 베옷을 입고 재를 덮어쓰고 주 하나님께 기도하며 간구하기를 결심하고 내 하나님 여호와께 기도하며 자복하여 이르기를…”(단 9:3∼4)



기독교대한감리회 현직 감독, 감독 당선자, 본부 임원, 평신도 단체장 등 34명의 이름으로 20일 전국 감리교회에 발송된 목회서신은 이렇게 시작됐다. 서신은 감독회장 직무집행 정지 결정으로 교단이 큰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전 감리교회와 성도들에게 금식기도 동참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발신인들은 “지난 18일 법원 결정으로 감리교회는 지도력 공백과 행정 마비가 우려되고 있다”며 “더 큰 책임을 감당했어야 할 우리들의 부덕의 소치임을 하나님과 교회 앞에 인정하며 먼저 무릎을 꿇겠다”고 밝혔다. 이어 24일 주일 오전 금식하며 기도해 줄 것, 주일예배 시 통성으로 감리교회를 위한 기도를 해 줄 것, 다음 한 주간 집중적으로 기도해 줄 것 등을 요청했다.

앞서 현직 감독 6명, 감독 당선자 9명, 본부 임원 등 20여명은 서울 한 식당에서 긴급 회동하고 법원에 임시감독회장 선임을 요청키로 결의했다. 교단 대표자가 없으면 사태 수습을 위한 총회나 총회실행부위원회(총실위)를 소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시감독회장 후보는 현 감독, 감독 당선자, 평신도 단체 등 3개 그룹에서 2명씩 추천해 공통 인사를 선별키로 했다.

이들은 법원에 총실위 소집 및 제29회 총회 개최 청원도 내기로 했다. 감리교 교리와 장정은 ‘총회는 2년에 1회 10월 중에 감독회장이 소집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달 안 총회 개최는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또 현직 감독들은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감독 당선자들이 일단 인수인계받아 업무를 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 2년 전 제28회 총회가 파행되면서 현 감독들이 정식 취임을 못하고 당선자 신분으로 업무를 시작했던 상황이 재연된 셈이다. 역시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본부 임원들의 경우 행정이 복원될 때까지 선임 부장들이 직무를 대행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편 강흥복 감독회장은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결정이 교리와 장정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라는 법의 엄중한 판단으로 받아들여 감독회장 직무를 모두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先)총회’ 논란을 접고 조속히 재선거를 실시해 감독회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