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관객 눈길 잡은 드라마 속 공정사회

입력 2010-10-21 17:48


요즘 드라마들이 앞다퉈 ‘공정사회’를 그리고 있다. 사회의 불공정한 문제들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사회 정의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자이언트’ ‘대물’, KBS 2TV ‘성균관 스캔들’, 그리고 지난 9월 16일 종영한 KBS 2TV ‘제빵왕 김탁구’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공정한 방식으로 경쟁자들을 이기고 성공한다는 점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높다. ‘제빵왕 김탁구’는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이 50%(AGB닐슨 미디어리서치)에 육박했고, ‘대물’과 ‘자이언트’는 2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자리수 시작했던 ‘성균관 스캔들’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특채 채용, 정경 유착 등 사회의 불공정 단면들이 상세하게 그려진다. ‘공정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드라마는 불공정한 사회를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를 TV앞으로 끌어 모으는 것이다.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성균관 스캔들’에는 관리를 채용할 때 가문과 당색에 따라 선발하는 내용이 나왔다. 당시 세가 드높았던 노론들을 중심으로 그 아들과 친인척들이 요직으로 진출하는 모습은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특채 채용 파문’과 겹쳐진다.

‘대물’에서는 검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에게 미리 수사 내용을 알려줘, 수사를 무마시키려는 내용도 나온다. ‘자이언트’가 그린 건설업계의 비리는 뉴스에서 많이 본 듯하다. 건설업자가 지하철 노선 예상지를 미리 알아내기 위해 정치권에 뇌물을 건네고 부당하게 취득한 정보로 떼돈을 버는 과정이 묘사된다.

드라마는 현실의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부정의한 사회를 목도하고, 무기력하게 앉아있기 보다 해결하려고 나서면서 ‘공정 사회’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자이언트’의 주인공 이강모(이범수)는 정경 유착된 사회에 편승하지 않는다. 신기술을 개발해 공사 수주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해 성공한다. ‘성균관 스캔들’의 주인공 유생 4인방은 노론의 횡포에 맞서고, 독점적인 권한을 휘두르는 시전 상인들의 비리를 폭로한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우리는 공정사회를 바라지만 현실은 너무나 불공정하다. 시청자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본인이 노력만 하면 성공 가능한 세상을 꿈꾸게 된다. 약자인 주인공이 게임의 룰을 지키면서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