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하철 노인무료 공론화 필요하다
입력 2010-10-21 17:41
김황식 총리의 노인복지 관련 발언이 파문을 낳고 있다. 김 총리는 그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이 소득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하는 것은 과잉복지라고 말했다. 가진 사람에게 가는 돈을 아껴 진짜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였다. “약자라고 해서 무조건 봐주지는 말아야 한다”는 설명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야당 쪽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비난의 화살을 쏘았고, 인터넷에서는 찬반으로 나뉘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인들의 지하철 공짜 탑승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하철 적자타령이 나올 때마다 노인들의 무료 승차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노인복지법에 65세 이상이면 경제력이 있든 없든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부산 등 전국의 6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하철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이 9179억원이었고, 그 가운데 무임승차분이 3376억원이었다. 무임승차 인원 2억4000만명 가운데 80% 이상이 노인이라고 하니, 유료로 할 때 승객이탈을 감안하더라도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문제는 노인복지에 대처하는 접근방식이다. 명백히 정책적 고려의 대상이 되는 사안인데도 수많은 표(票)가 걸려 있다 보니 다분히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한다. 논란이 일 때마다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현재 11%에서 2026년이면 20%에 도달한다. 노인들의 공짜 승차가 보편적 복지인가도 따져봐야 한다. 노인들에 대한 교통편의가 사회적 합의라면 국가가 직접 맡아야지 적자투성이인 철도회사에 떠넘기는 식으로 이루어져서는 곤란하다.
김 총리도 불만 지펴놓고 뒤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이 정도의 후폭풍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차제에 공론화에 부쳐 노인복지의 틀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 힘 없고 가난한 노인들의 빵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원칙 있는 복지를 구현한다는 목적이 확실하다면 총리실이 총대를 멜 필요가 있다. 그래야 노인들도 얹혀가는 신세가 아니라 떳떳하고 당당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