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포상, 공무원 전유물인가
입력 2010-10-21 17:41
서훈(敍勳)의 원칙을 정한 상훈법 제2조는 “훈장과 포장은 대한민국 국민이나 우방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자에게 수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훈·포장이 과연 이런 원칙에 따라 수여되고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1∼2010년 정부 포상(훈장, 포장, 대통령 및 국무총리 표창) 24만730건 가운데 74.1%인 17만8405건이 전·현직 공무원에게 수여됐다. 특히 훈장의 경우 11만184건 가운데 82.3%인 9만689건이 전·현직 공무원에게 돌아갔다.
정부 포상에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한 가지는 전체 포상 가운데 훈장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국가 발전에 공이 있는 사람에게 정부가 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며, 그 수가 많은 것은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포상 가운데서도 격이 가장 높은 훈장의 비중이 45.8%로 절반에 육박하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엄청나게 큰 공을 세운 경우가 아니라면 포장을 수여하거나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 표창을 해도 충분하다. 훈장을 남발하면 그 격이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전체 포상의 74.1%, 훈장의 82.3%가 전·현직 공무원에게 수여됐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공무원 포상의 부적격·남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안정 대책을 잘 세웠다고 정책 입안자 30명에게 포상했으나 그 직후 부동산 값이 급등한 적이 있다. 현 정부 들어 2008년에는 외환위기 이후 물가가 최고로 올랐는데도 물가관리를 잘했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 공무원 등 20여명에게 훈·포장을 수여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퇴직 교원들에게 무더기로 포상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인 중에서도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포상하면 국민 사기진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 포상이 ‘그들만의 잔치’란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