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비자금·로비 의혹 철저히 밝혀라

입력 2010-10-21 21:16

은인자중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1일 C&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대기업 비자금에 대한 사정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5월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벌이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자 수사를 중단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무리한 압박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숨지게 했다는 비판이 비등하면서 폐지론까지 불거지자 중수부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일선 검찰청의 수사를 지원하는 업무와 일전(一戰)에 대비해 자료를 수집하는 ‘예비군 편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다가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1년 동안 예비군 체제로 운영되던 중수부가 최근 수사 체제에 들어갔고 시점이 문제”라고 밝히면서 사정 임박설이 대두됐다.



중수부는 C&그룹 외에도 대기업 3∼4곳의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대상으로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정의 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16개월 동안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던 중수부가 중견기업인 C&그룹을 첫 타깃으로 삼은 배경에 대해서는 몸 풀기라는 해석보다는 기업체와 전 정권 정·관계 인사들 간의 검은 거래 여부를 수사하겠다는 의지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C&그룹이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세양선박(현 C&상선) 우방건설(C&우방)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계열사 41곳을 거느린 기업집단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정·관계의 로비가 없었다면 자금력이 약한 C&그룹이 외환위기 때 자금 사정이 어려운 알짜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울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중수부는 C&그룹과 다른 기업들의 수사 재개를 계기로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은 물론 현 정권의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검은 돈이 흘러들어 갔는지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기업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가 대표적 불공정 사례인 점을 직시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를 바란다. 비리 혐의가 없는 기업들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사결과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 기업을 조기에 확정하는 등 속전속결로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