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산으로 펀드·주식 투자…자칫하면 큰일 당한다
입력 2010-10-21 15:18
[미션라이프] 예금금리는 낮아지고 주가가 연일 상승하자, 펀드나 주식시장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도들이 낸 헌금으로 운영하는 교회나 선교단체, 총회, 신학교, 크리스천들도 관련 투자가 늘고 있는데 자칫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교단 총회 국내선교회 이사회는 최근 C모 회장을 파면 조치했다. C회장이 이사회 몰래 펀드 투자를 하는 바람에 수억원의 기금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C회장은 펀드 투자는 오래전부터 선교회 기금 운영의 한 방법이고 손실액이 부풀려져 있다고 항변했지만 지금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S신학대학교도 펀드 투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S신대는 지난해 65억 3000만원을 펀드 및 수익증권 등에 투자해 11억 3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내년 개교 100주년을 앞둔 S신대는 기념관 건립과 100년사·역사화보집 발간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펀드 투자 손실이 적지 않은 재정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교단 교역자공제회도 200억원의 기금으로 펀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발 금융위기 탓에 투자 손실이 깊어지자, 쉬쉬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손실을 메울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창 부흥하는 교회로 주목받는 인천 B교회도 지난 2~3년간 4억원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2억원 가량을 손해 봤다. 이익이 나면 교회 건축비에 보태겠다는 게 투자 목적이었다. 서울 광화문 S교회 J목사는 교회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다 성도들에게 알려져 각서를 쓰고 중단하기도 했다,
펀드 투자를 하다 낭패를 보는 성도들도 늘고 있다.
지난 해 10월쯤 금이나 미국 채권 등에 투자해서 연 30%가 넘는 높은 이자를 주겠다면서 330억원을 가로챈 한 펀드매니저 김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캐나다 밴쿠버 교계에서 일어난 일인데, 이 사건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피해자가 생기는 등 밴쿠버 교계와 교민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교계 신문에는 주식투자를 대신 해 주겠다는 모집 광고까지 등장했다. 1억원으로 월 20%(2000만원) 수익을 보장한다며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광고를 낸 사람은 경찰의 내사가 시작되자 투자자 모집이 끝났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최근 서울 강남권 교회를 중심으로 펀드 투자 설명회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펀드나 주식 투자는 자신이 가진 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테크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펀드나 주식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주식 투자에는 이렇게 ‘윈-윈’(Win-Win) 요소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교회 등 관련 단체가 자산관리의 안정성, 자산 증식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목회자들은 교회가 하는 사역은 기업의 이윤 추구와는 다르며 신학적으로나 성경적으로 옳으냐는 것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독교 상담전문가인 박순영 장충단교회 목사는 “펀드나 주식 투자가 현대 사회에 공인된 것이기는 하지만 단기간에 많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가 과연 교회의 기금 적립 방법으로 적당한 지 신학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무엇보다 교회는 많은 수익을 얻는 것보다 들어 온 수입을 잘 보존하고 교회가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어떤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일 EPS 청지기재정교실 대표는 “펀드나 주식의 속성은 중립적이나, 재테크 욕심이나 물질 유혹에 휘말리게 된다면 인간이 가진 죄의 속성은 더욱 커지는 것”이라며 “교회나 성도가 욕심을 자제하고 말씀 중심으로 살아갈 때 하나님은 더 큰 복으로 채워 주실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종순 충신교회 목사는 “날마다 주가 등락판을 바라보며 웃고 한숨짓는 삶을 거듭한다면 얼마나 초라하고 비참하겠느냐”며 “건전하고 건강한 경제질서 안에 일확천금은 없다. 더욱이 그리스도인의 경우 투자가 성경적인가 신앙적인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것들을 선하게 관리하는 청지기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