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관 목사 로잔 리포트 4신
입력 2010-10-22 14:04
“테이블 마운틴”을 바라보며 한국 교회를 향해 드리는 기도
로잔케이프타운대회가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언어, 관습, 피부색이 다른 지구촌 200여 나라에서 온 수천 명에 달하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시차로 인해 맑지 못한 정신, 불편한 잠자리, 가방을 둘러맨 채 여기저기 서서 먹는 소찬(素餐), 집 떠난 필그림(Pilgrim)으로서 날이 가면 갈수록 힘들고 고달픈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그 누구도 찡그린 얼굴이나 내민 입술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왜일까? 불평과 짜증을 낼 만한 필요충분조건이 갖추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바로 말씀(Logos)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교제와 나눔(Koinonia)의 힘이다. 아침마다 에베소서 말씀을 묵상하고 진리, 평화, 사랑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형제 자매들의 승전보를 들으며 오늘 내가 겪는 시련과 고통을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다. “이제 더 이상 겁낼 것도 잃을 것도 없고, 하루하루 천국을 소망하며 일사각오의 순교자적 자세로 살고 있다”고 고백하는 나이지리아의 목회자들, 환난과 핍박, 죽음의 그늘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사는 초대교회 성도 같은 현대교회의 성도, 안락이 보장된 삶을 마다하고 십수년 동안 아프칸에서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을 나누다 무참히 살해된 순교자 남편의 아내, 마땅히 미움과 증오로 몸부림쳐야 할 그녀의 가슴과 입술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아가페적 사랑의 고백은 나 같은 죄인을 위해 피 흘려 죽으시며 남기신 주님의 가상칠언(架上七言)을 떠올리게 한다.
화해, 용서, 사랑, 관용, 한국 교회의 강단에서 참으로 많이 강조되고 반복되는 외침이다. 이 같은 주님의 가르침을 적어도 나보다는 덜 실천해도 될 듯한 사마리아와 땅끝 형제 자매들의 간증을 들으면서 통회자복(痛悔自服)의 마음과 함께 그동안 발길이 뜸했던 청계산의 기도바위가 생각났다. “오늘날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어느 때보다 화해의 공동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 라틴아메리카의 영적 지도자, 빠질라(Ruth Padilla DeBorst)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는 회당이나 고속도로, 접근하기 어려운 멀고 높은 곳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속에 동거하시고 우리를 통해 역사하시는 분이다.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진 새로운 피조물이며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공동체인 교회는 이미 주님이 행하신 바대로 용서와 화해의 삶을 살아야 한다”며 룻기의 말씀대로 “하나님이 거하시는 집(God's dwelling place)"으로서 "화해와 용서의 공동체(The reconciled community)가 되자”고 역설했다.
로잔대회가 열리고 있는 이곳 케이프타운 국제회의장(Cape Town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에서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특이하게 생긴 산(山)이 있다. 마치 큰 테이블(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상)처럼 보여, 이곳에서는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사진)이라고 부른다. 하루에도 여러차례 '테이블 마운틴'을 바라보며 오늘도 한국 교회를 품고 기도한다. “주님! 어려움에 처한 나의 조국 대한민국, 찢기고 상한 우리 한국 교회를 불쌍히 여기사, 당신의 제자임을 외치하는 사람의 소리 크기대로 저기 놓인 크고 높은 '테이블 마운틴'의 빈자리로 초대하여 주님께서 베푸시는 최후의 만찬에 참석케 하옵소서!”
유승관 목사(로잔전략위원. 사랑의교회 세계선교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