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G2 환율 체스게임 새 국면… 美의 위안화 절상 요구 화답?
입력 2010-10-20 21:51
G2(미국과 중국) 간 환율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글로벌 환율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양국이 서로에 쓸 수 있는 카드를 한 번씩 꺼내 보이며 위협만 했을 뿐 파국으로 갈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면서부터다. 그러나 1985년 플라자 합의 같은 ‘화끈한’ 합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엔화가치 절상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맞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확고해 상징적인 합의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에 담긴 중국의 메시지=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 환율과는 무관하다. 중국 내 은행이 적용하는 예금과 대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끌어올린 것 자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가 미국 등 선진국 진영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대한 중국식 화답으로 해석되는 것은 중국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시장에 몰고 올 파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는 자국 내 투기적 수요가 줄어든다. 반면 외국인 입장에선 위안화로 표시된 자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유리해 해외 투자금 유입으로 외환시장 개입 없이도 위안화 가치가 오른다. 다만 돈을 풀수록 살아나는 내수경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대중 수출 확대에 매달리는 서방 선진국을 긴장시키는 양날의 효과를 지닌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20일 “중국이 위안화에 직접 손을 대는 대신 금리라는 간접적인 수단을 택한 것 자체가 대폭적인 위안화 절상은 힘들다는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표면상으로는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진영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대한 중국식 화답인 셈이다. 중국의 긴축은 대규모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한 고성장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어 서방국가들의 무역불균형 시정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지만 당장 중국 내수시장의 활기를 떨어뜨려 미국과 유럽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중국의 긴축 효과를 과시하기 위한 카드로도 읽혀진다”며 “21일 발표될 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전년 동월비 3.5%)보다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환율전쟁, 봉합국면 접어드나=중국의 금리 인상을 두고 시장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22∼23일 경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다음 달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희석시키기 위한 카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85년 플라자 합의에서 일본을 압박해 해당국 화폐 절상을 얻어냈던 것과 달리 이번 G20을 통한 다자간 협상에서는 중국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얻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의 환율갈등 국면 자체가 일본의 환율조정을 유도한 플라자 합의 당시 상황과 달라 중국의 자발적인 위안화 점진 절상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G2 양대국이 쓸 수 있는 카드를 소진하지 않고 위협만 반복하는 것도 환율갈등이 파국보다는 봉합국면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이 환율정책보고서 발표를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로 미루는 등 상대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용으로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플라자 합의 후 일본이 맞은 ‘잃어버린 10년’”이라며 “플라자 합의보다는 소폭의 달러화 약세가 진행된 2003년 두바이 합의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