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청 유재옥 순경, 어머니 병간호 위해 두 번 경찰관이 되다

입력 2010-10-20 19:28

“두 번째 입은 제복에 걸맞게 멋진 경찰관이 되고, 어머니도 잘 모시겠습니다.”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호텔 요리사를 그만두고 두 번 순경이 된 경찰관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전북경찰청 제1기동대에 근무 중인 유재옥(32)씨. 익산경찰서 부송지구대에서 근무하다 경찰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이곳으로 발령받은 유씨는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한 뒤 특급호텔 요리사로 7년째 일하던 유씨는 2007년 12월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57)가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응급 수술을 받게 된 어머니는 수술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들의 손을 잡고 “내가 병실에서 나오지 못해도 꼭 경찰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사회봉사에 앞장서던 어머니는 아들이 요리사보다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경찰이 되기를 바랐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했고 그는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고자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책과 씨름하며 체력을 길렀다. 마침내 2008년 10월 순경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6개월간 교육을 받고 경기경찰청 안성경찰서에 발령받은 유씨는 야간근무가 끝날 때면 고향인 익산까지 달려와 어머니의 말벗이 돼 줬다. 중간에 수산시장에 들러 오징어와 광어 등을 사와 직접 회를 떠 드리고 병원에 반찬을 해 날랐다.

일주일에 서너 번 이 같은 생활을 계속했으나 힘에 부쳤다. 연고지 근무 신청을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마침 전북에서 채용시험이 있다는 소식에 사직서를 내고 응시했다. 다행히 8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해 말 다시 당당히 합격했다. 그러나 유씨는 다시 중앙경찰학교에 들어가 이미 받았던 교육을 6개월간 또 받아야만 했다. 반 년 전 수료했으니 혹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없느냐고 본청에 문의했으나, 전례가 없다는 답신에 결국 한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있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 동생뻘인 교육생들과 겨뤄 777명 중에서 시험성적 1등을 차지했다. 특히 10여년 전 성폭행범과 외국인 절도범을 검거해 경찰로부터 두 차례 표창 받은 사실이 알려져 “천직인가 보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식과 일식에 능숙한 그는 지구대에 근무하면서 동료가 잡아온 고기를 회로 만들어 직원들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유씨는 “어머니가 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으나 많이 회복돼 다행”이라며 “앞으로 부모님을 따뜻하게 모실 수 있는 착한 아내를 만나고, 대민 업무를 잘해 승진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